10년째 먼저 연락을 한 번도 안 한 지인이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만나자고 할 때마다 한 번도 거절한 적이 없고, 만나면 귀에 거슬리는 말 하나 없이 늘 편안합니다. 주변에 이야기하면 "그게 말이 되냐"고 하는데, 저는 오히려 그 지인을 만난 걸 전생에 나라를 구한 덕분이라고 생각할 만큼 행운이라 여깁니다. 먼저 연락 안 한다고 마음이 없는 게 아니라는 걸, 제가 그 관계를 통해 직접 확인했습니다.

 

인간관계

먼저 연락 안 하는 사람, 왜 그런 걸까

솔직히 이건 저도 처음엔 이해가 잘 안 됐습니다. 좋아하면 먼저 연락한다는 말을 꽤 오래 믿었거든요. 그런데 제 경험상 그건 외향성(Extraversion)에 가까운 사람들 기준의 이야기입니다. 외향성이란 사람을 만나고 교류하는 과정에서 에너지를 얻는 성향을 말합니다. 반대로 내향성(Introversion)은 혼자 있는 시간에 에너지를 회복하는 성향으로, 관계 자체를 싫어하는 것과는 전혀 다릅니다.

제가 직접 봐온 찐 내향인들은 정도가 좀 다릅니다. 필요한 게 있어도 연락 안 하고, 아쉬운 게 있어도 연락 안 합니다. 가족과 아무리 사이가 좋아도 꼭 일이 있을 때만 연락합니다. 일반적으로 "좋아하면 연락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이건 내향성의 정도를 고려하지 않은 말입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애착 유형(Attachment Style)'과 연결해서 설명하기도 합니다. 애착 유형이란 어릴 때 형성된 관계 방식이 성인이 되어서도 이어지는 패턴을 말하는데, 연락 빈도보다 관계의 안정감을 더 중시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이런 분들은 연락을 먼저 하는 그 과정 자체에서 에너지 소모가 크고, 상대가 귀찮아할까 봐 배려하느라 오히려 연락을 못 하기도 합니다.

연락을 안 한다고 마음이 없는 게 아닙니다. 그냥 그 사람 자체가 그런 방식으로 사는 거라고, 저는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이해하게 됐습니다.

  • 내향성(Introversion): 사람을 만날 때 에너지가 소모되고, 혼자 있을 때 충전되는 성향
  • 외향성(Extraversion): 사람들과의 교류에서 에너지를 얻는 성향
  • 찐 내향인은 가족에게도 꼭 필요한 일이 있을 때만 연락하는 경우가 많음
  • 연락을 미루는 이유 중 하나는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이 지나쳐서이기도 함
요약: 먼저 연락하지 않는 건 내향성의 특성이지 마음이 없다는 신호가 아닙니다.

 

연락빈도로 친밀도를 재면 반드시 오해가 생긴다

제가 그 10년 지인을 처음 주변에 소개할 때, 돌아오는 반응이 꼭 이랬습니다. "걔가 진짜 친한 거 맞아? 연락도 안 하는데?" 연락 횟수로 친밀감을 환산하는 방식이 얼마나 보편적인지 다시 실감했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건 꽤 위험한 착각입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런 오류를 '투사(Projection)'라고 부릅니다. 투사란 내 기준과 감정을 상대방에게 그대로 덮어씌우는 심리 작용을 말합니다. 내가 좋아하면 매일 연락할 것 같으니까, 상대도 좋아하면 매일 연락해야 한다고 느끼는 것입니다. 그런데 사람마다 애정을 표현하는 방식, 즉 '사랑의 언어(Love Language)'는 다릅니다. 사랑의 언어란 각자가 애정을 주고받는 고유한 방식을 의미하며, 연락 대신 만났을 때의 태도, 도움, 시간으로 표현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출처: Psychology Today — Introversion에 따르면, 내향적인 사람들은 관계의 질을 빈도보다 깊이에서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 연락 자주 하는 사람이 오히려 불안 애착(Anxious Attachment) 때문에 상대의 반응을 확인하려는 것일 수 있고, 그 관계의 실제 깊이는 얕을 수 있습니다. 불안 애착이란 관계에서 끊임없이 상대의 반응을 확인해야 안심되는 심리 패턴을 말합니다.

저도 연락빈도로 상대 마음을 재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게 오히려 관계를 피곤하게 만든다는 걸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연락은 그 사람의 성향과 상황을 반영하는 것이지, 마음의 크기를 반영하는 게 아닌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출처: APA(미국심리학회) — Personality에서도 성격 특성이 대인 관계 방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연락빈도라는 단일 지표로 친밀도를 판단하는 건, 키 하나로 건강 전체를 판단하는 것만큼 단순한 오류입니다.

요약: 연락빈도는 성향과 상황의 반영이지 마음의 온도계가 아닙니다.

 

지치지 않고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

매번 제가 먼저 연락하면서 지쳤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때 제가 바꾼 게 몇 가지 있는데, 솔직히 이게 예상 밖으로 효과가 있었습니다.

가장 먼저 한 건 상대의 연락 스타일을 그냥 하나의 언어로 번역해서 받아들이는 것이었습니다. 저 사람은 원래 먼저 연락 안 하는 사람이라는 걸 사실로 인정하고 나면, "왜 연락 안 하지?"라는 질문 자체가 사라집니다. 해석이 달라지니 상처도 줄었습니다.

두 번째로는 서운함을 쌓지 않고 가볍게 말하는 방법을 써봤습니다. 비난이 아니라 부탁의 형태로요. 제 경험상 대부분의 경우 상대는 그냥 몰랐거나 제가 먼저 하는 것에 익숙해진 것뿐이었습니다. 한 마디 했을 때 관계가 오히려 더 편해진 경우가 여러 번 있었습니다.

세 번째로는 연락 자체의 무게를 줄였습니다. 매번 긴 안부나 약속 제안으로 연락을 시작하면 그 자체가 이벤트가 되어버려서 지칩니다. 사진 한 장, 짧은 한 마디처럼 가벼운 연락을 습관처럼 만들었더니 훨씬 지속 가능했습니다. 그리고 가끔은 제가 먼저 연락을 안 해보기도 했는데, 그러다 보면 상대가 먼저 연락 오는 경우도 생겼습니다. 연락이 반드시 한쪽만의 역할일 필요는 없습니다.

제가 그 10년 지인에게 한 번도 "당신이 소중하다"는 말을 직접 한 적이 없습니다. 저도 표현이 서투른 편이거든요. 그런데도 그 관계가 지금도 제가 가장 영원히 지속하고 싶은 관계입니다. 연락의 빈도가 아니라 만났을 때 느끼는 온도가 진짜 친밀감이라는 걸, 그 관계가 매번 다시 확인시켜 줍니다.

요약: 상대의 스타일을 번역하고, 서운함은 가볍게 말하고, 연락의 무게를 줄이면 관계가 훨씬 오래 갑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먼저 연락 안 하는 친구, 진짜 저를 좋아하는 건가요?

A. 내향성이 강한 사람은 가족에게도 먼저 연락을 잘 하지 않습니다. 연락 대신 만났을 때의 태도, 필요할 때 옆에 있어주는 행동을 보는 게 더 정확합니다. 제 경험상 연락빈도와 마음의 크기는 별개인 경우가 훨씬 많았습니다.

 

Q. 내가 먼저 연락하는 게 지치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연락을 이벤트로 크게 만들지 말고 사진 한 장, 짧은 한 마디 수준으로 줄여보는 게 먼저입니다. 그리고 서운하면 참지 말고 비난 없이 부탁의 형태로 가볍게 말하면, 생각보다 관계가 더 편해질 수 있습니다.

 

Q. 연락을 자주 하면 더 친한 관계 아닌가요?

A. 꼭 그렇지 않습니다. 연락을 자주 하는 게 불안 때문인 경우도 있고, 실제 관계의 깊이와 연락빈도는 다른 축입니다. 진짜 친밀감은 만났을 때 느끼는 편안함과 필요할 때 곁에 있어주는가로 더 잘 확인됩니다.

 

Q. 오랫동안 연락이 없었는데 다시 연락해도 될까요?

A. 됩니다. 내향적인 사람들은 마음속 관계의 거리를 연락과 별개로 유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10년 만에 만나도 어제 본 것처럼 편한 관계가 실제로 존재하며, 먼저 연락이 없었다는 사실이 관계가 식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결론

저는 지금도 그 지인에게 먼저 연락한 기억이 거의 없습니다. 그 지인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그 관계가 제가 가진 관계 중 가장 피로도가 낮고 가장 오래 가고 싶은 관계입니다. 연락빈도로 관계를 재는 방식을 놓아버리고 나서야, 주변 관계들이 훨씬 가볍고 편안해졌습니다.

연락 자주 해야 친한 거라는 기준이 맞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건 그 사람의 방식이고, 그런 사람들끼리 맞는 관계가 있습니다. 다만 먼저 연락 안 한다고 서운해하기 전에, 그 사람의 연락 언어가 어떤 방식인지를 먼저 봐주는 게 좋겠다는 게 제 결론입니다. 만났을 때 느끼는 온도가 진짜입니다.

참고: https://youtu.be/1fkVDu1W2gw?si=RNMMiEptARa-4l10

중동 뉴스를 볼 때마다 솔직히 머릿속이 복잡했습니다. 가자지구, 헤즈볼라, 이란 공습… 사건들은 쏟아지는데 왜 이 갈등이 시작됐는지 맥락이 없으니 그냥 스쳐 지나갔거든요. 그래서 2천 년 유대인 역사부터 직접 파고들었습니다. 들어가 보니 박해의 원인부터 시온주의 탄생, 그리고 현재 중동 분쟁까지가 하나의 긴 실로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유대인 역사

박해 원인 — 미움은 어디서 왔는가

제가 처음 유대인 역사를 들여다봤을 때 가장 의아했던 부분이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2천 년 가까이 나라도 없이 떠돌면서도 정체성을 잃지 않은 민족이, 어째서 그토록 집요하게 미움을 받았는가 하는 질문이었습니다.

중세 유럽에서 반유대주의(Anti-Semitism)가 자리 잡는 구조를 들여다보니 패턴이 보였습니다. 여기서 반유대주의란 유대인이라는 이유만으로 특정 집단 전체를 적대시하는 편견과 차별 체계를 가리킵니다. 흑사병이 유럽을 휩쓸자 사람들은 유대인이 우물에 독을 탔다는 근거 없는 유언비어를 퍼뜨렸습니다. 공포가 극에 달할 때 사회는 언제나 가장 눈에 띄는 이방인을 희생양으로 삼는다는 걸, 이 장면에서 새삼 실감했습니다.

경제적 역할도 박해를 키웠는데, 그 구조가 흥미로웠습니다. 중세 기독교 사회는 이자를 받는 행위를 죄로 규정했습니다. 유대인들은 토지 소유도, 군 복무도, 관직도 막혀 있었기 때문에 대부업이라는 좁은 틈새로 몰릴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그 결과 일부가 경제적으로 성공하자, 이번엔 "유대인이 돈을 지배한다"는 음모론이 퍼졌습니다. 배제가 만들어낸 결과를 다시 배제의 근거로 쓴 셈입니다.

이 편견은 근대로 이어졌습니다. 제1차 세계대전 패배 이후 독일의 정치 선동가들은 전쟁의 패배와 경제 붕괴의 책임을 통째로 유대인에게 돌렸습니다. 사회 불안이 클수록 희생양을 향한 분노도 커진다는 구조, 역사가 반복해서 보여주는 패턴입니다. 결국 이 흐름이 20세기 홀로코스트(Holocaust)로 이어졌습니다. 홀로코스트란 나치 독일이 600만 명의 유대인을 조직적으로 학살한 사건으로, 인류 역사에서 가장 체계적인 집단 살해로 기록됩니다.

  • 종교적 낙인 → 흑사병 등 사회 재난 시 희생양으로 지목
  • 사회적 배제 → 대부업 진입 → 성공 후 역으로 음모론의 표적
  • 근대 정치 선동 → 전쟁 패배·경제 위기의 책임 전가 → 홀로코스트
요약: 반유대주의는 종교적 편견, 경제적 배제가 만든 구조, 그리고 정치적 선동이 겹쳐 쌓인 결과이며 홀로코스트로 절정에 달했다.

 

시온주의 — 국가를 만들겠다는 절박함

역사를 따라가다 보면 1894년 프랑스 파리에서 결정적인 장면이 등장합니다. 유대계 장교 알프레드 드레퓌스가 간첩 누명을 쓰고 재판장에 섰습니다. 진범이 따로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음에도 그는 풀려나지 않았습니다. 이 광경을 지켜본 헝가리 출신 기자 테오도르 헤르츨은 충격을 받았고, 하나의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유럽 어디에도 유대인의 자리는 없다.

헤르츨이 이 인식을 토대로 1897년 세계 시온주의자 협회를 창설했습니다. 여기서 시온주의(Zionism)란 유대 민족이 역사적 고향인 팔레스타인 땅에 독립 국가를 건설해야 한다는 정치 운동을 의미합니다. 바젤 강령을 통해 이 목표는 국제 정치의 의제로 올라왔습니다(출처: Britannica, Zionism).

그런데 제가 이 대목에서 가장 불편하게 읽혔던 부분은 1917년 벨포어 선언(Balfour Declaration)이었습니다. 벨포어 선언이란 영국 외무장관 아서 벨포어가 팔레스타인에 유대 민족의 고향 건설을 지지한다고 발표한 외교 문서입니다. 문제는 그 땅이 영국 땅이 아니었다는 겁니다. 오스만 제국 영토였고, 이미 수십만 명의 아랍 주민이 살고 있었습니다. 당사자 동의 없이 타인의 땅을 약속한 셈이었습니다. 더구나 영국은 같은 시기에 아랍인들에게도 독립을 약속했습니다. 한 집을 두 사람에게 동시에 판 격이었고, 그 '뒤탈'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홀로코스트 이후 유대 국가 건설에 대한 국제적 지지는 크게 늘었습니다. 1947년 유엔 분할안(UN Resolution 181)이 제시됐고, 유대인 측은 이를 수용했지만 아랍 측은 거부했습니다. 1948년 이스라엘 독립 선언 직후 주변 아랍 국가 연합군이 침공했고, 예상을 뒤엎고 이스라엘이 이겼습니다. 그 승리의 이면에서 팔레스타인 주민 최대 90만 명이 고향을 잃었습니다. 이 사건을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나크바(Nakba), 즉 '대재앙'이라고 부릅니다.

요약: 시온주의는 유럽 반유대주의에 대한 응답으로 탄생했지만, 그 실현 과정에서 팔레스타인 원주민의 삶을 뿌리째 뒤흔들었다.

 

중동 분쟁 — 평화는 왜 자꾸 실패하는가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역사를 쭉 따라오다 보면 1993년 오슬로 협정(Oslo Accords)이 등장하거든요. 이스라엘 총리 이츠하크 라빈과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 의장 야세르 아라파트가 백악관 잔디밭에서 악수를 나눴습니다. 오슬로 협정이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상호 인정을 전제로 두 국가 공존을 지향한 역사적 평화 협약입니다. 두 사람은 그 공로로 노벨 평화상까지 받았고, 세계는 중동에 봄이 오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 봄은 2년도 못 갔습니다. 1995년 라빈 총리가 텔아비브 집회에서 총에 맞아 숨졌는데, 범인이 아랍인이 아닌 같은 유대인 극우 청년이었습니다. 같은 민족이 평화의 싹을 잘라낸 장면이었습니다. 이후 이스라엘은 우파가 권력을 잡았고, 서안 지구의 정착촌(Settlements)은 계속 팽창했습니다. 정착촌이란 이스라엘이 1967년 전쟁으로 점령한 팔레스타인 영토에 자국 민간인을 이주시켜 세운 거주지로, 국제법상 불법이라는 것이 국제사회의 지배적 견해입니다(출처: UN ISPAL, 정착촌 관련 문서).

제 경험상 이런 구조를 보면 늘 권력자의 이해관계가 먼저 보입니다. 네타냐후 총리는 부패 혐의로 재판 중인데, 전쟁이 길어질수록 재판 일정이 밀립니다. 평화보다 전쟁이 정치 생명 연장에 유리한 구조입니다. 강경 카드가 반복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봅니다.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과 그 후 이어진 가자 지구 폭격, 2026년 이스라엘·미국의 이란 직접 공습까지. 이 모든 사건의 밑바닥에는 해결되지 않은 1948년의 질문이 깔려 있습니다. 퓨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 조사에 따르면 미국의 젊은 유대인(밀레니얼·Z세대) 중 약 35%가 스스로를 무교라고 답하고, 미국 유대인 62%가 이스라엘 정부의 행동을 지지하기 어렵다고 응답했습니다. 같은 민족 안에서도 균열이 깊어지고 있는 겁니다.

요약: 오슬로 협정 이후의 평화는 내부 극우 세력과 권력자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의해 반복적으로 무너졌고, 분쟁은 현재진행형이다.

 

자주 묻는 질문

Q. 반유대주의는 왜 그렇게 오래 지속됐나요?

A. 제가 공부하면서 느낀 건, 반유대주의는 단순한 종교적 혐오가 아니라 사회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편리한 희생양'을 찾는 구조적 메커니즘이었다는 점입니다. 흑사병, 전쟁 패배, 경제 위기 때마다 유대인이 그 자리를 채웠습니다. 위기가 반복되는 한 희생양을 향한 분노도 반복됐고, 그 구조가 2천 년 가까이 이어진 셈입니다.

 

Q. 시온주의가 팔레스타인 문제의 원인인가요?

A. 시온주의 자체보다는 그 실현 과정이 문제의 핵심이었습니다. 유럽 박해를 피하려는 절박함은 이해할 수 있지만, 그 결과가 이미 수십만 명이 살고 있던 땅에서 원주민을 내몬 나크바로 이어졌습니다. 한쪽의 생존이 다른 쪽의 삶을 무너뜨리는 방식으로 진행됐다는 점에서, 두 비극이 동시에 실재한다고 보는 것이 가장 정확한 시각입니다.

 

Q. 오슬로 협정은 왜 실패했나요?

A. 협정 자체보다 협정 이후 정치 지형이 문제였습니다. 라빈 총리 암살 이후 이스라엘 우파가 권력을 잡으면서 정착촌 확장이 멈추지 않았습니다. 협정의 정신은 남아 있었지만 실행 의지가 사라진 셈입니다. 양측 내부의 강경파가 평화 프로세스보다 더 빠르게 움직인 결과라고 봅니다.

 

Q. 미국 유대인과 이스라엘 유대인의 갈등은 왜 생긴 건가요?

A. 디아스포라(Diaspora), 즉 고국을 떠나 세계 각지에 흩어진 유대 공동체는 수십 년 동안 이스라엘을 무조건 지지해왔습니다. 그런데 가자 지구 폭격 이후 미국 젊은 유대인들 사이에서 "우리 이름으로 이런 일을 하지 말라"는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자신의 민족 정체성과 보편적 인권 가치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은 세대의 반응이라고 생각합니다.

 

결론

유대인 2천 년 역사를 쭉 따라오면서 제가 가장 무겁게 남은 장면은 오슬로 협정의 악수가 아니라, 그 악수를 깨뜨린 건 적이 아니라 내부였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박해의 원인도, 시온주의의 실현도, 중동 분쟁의 지속도 결국 외부의 적보다 내부의 구조가 더 결정적이었습니다.

제 경험상 역사를 공부하는 가장 큰 이유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오랜 고난을 버텨온 민족이 지금 또 다른 비극의 한가운데 있는 모습은, 힘만으로는 평화를 만들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보여줍니다. 강한 나라가 되는 것과 지혜로운 나라가 되는 것, 이 두 가지를 동시에 붙들어야 한다는 것이 지금 이 역사에서 읽히는 가장 솔직한 교훈입니다.

참고: https://youtu.be/9IOKtVlK26U?si=mkXNJbMOf_9A8mAF

솔직히 저는 건강검진 결과지를 받을 때마다 콜레스테롤 수치만 들여다봤습니다. CRP라는 항목이 거기 있는지조차 몰랐으니까요. 그런데 알고 보니 이 작은 숫자 하나가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의 전조를 보여줄 수 있다는 사실이, 30년 가까운 연구 역사와 의학계의 복잡한 내막과 함께 뒤늦게 제 앞에 펼쳐졌습니다.

 

만성염증 이미지

hs-CRP 수치, 왜 30년째 묻혀 있었나

일반적으로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야 심혈관 질환 위험이 높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저도 오랫동안 그렇게 믿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관련 자료를 파고들면서 알게 된 사실은 꽤 달랐습니다. 콜레스테롤이 정상 범위인 사람도 혈관 속에서 조용히 만성 염증이 진행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걸 감지할 수 있는 피검사 지표가 이미 30년 전에 등장했다는 것입니다.

그 지표가 바로 hs-CRP(고감도 C반응성 단백)입니다. 여기서 hs-CRP란, 혈액 속에서 염증 반응이 일어날 때 간이 만들어내는 단백질 수치를 고감도로 측정한 값을 의미합니다. 정상 범위는 한국 기준 0.2mg/L 이하이며, 이 수치가 지속적으로 높으면 혈관 어딘가에서 만성 염증이 진행 중일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감기처럼 급성 감염이 생기면 수치가 10 이상으로 뻥 튀기도 하지만, 만성적으로 0.2를 넘는 상태는 결이 다릅니다.

하버드 의대 브리검 앤드 위민스 병원의 심혈관 센터장 폴 리드커(Paul Ridker) 박사는 1997년 약 3만 명의 여성을 추적한 연구를 통해 hs-CRP가 높은 사람에서 심근경색과 뇌졸중 발생 비율이 4배 높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밝혀냈습니다. 발표 무대는 의학계에서 빌보드 차트 1위에 비견되는 《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NEJM)》이었습니다(출처: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2008년에는 콜레스테롤이 정상이지만 hs-CRP가 2mg/L 이상인 1만 7,800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일명 '주피터(JUPITER) 연구'에서 로수바스타틴(rosuvastatin)을 투여한 그룹이 심근경색·뇌졸중 발생률을 50% 줄이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로수바스타틴이란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스타틴 계열 약물로, 아스트라제네카의 브랜드명 크레스토(Crestor)로 알려진 약입니다. 콜레스테롤이 정상인 사람한테 콜레스테롤 약을 썼더니 심혈관 사건이 절반으로 줄었다는 결과는 당시 학회장을 뒤집어 놓을 정도였습니다. 이후 2017년에는 카나키누맙(canakinumab)이라는 면역 억제 항체 약물만으로도 같은 효과를 확인한 '칸토스(CANTOS) 연구'까지 나왔습니다. 카나키누맙이란 염증 신호 물질인 인터루킨-1 베타를 차단하는 생체의약품으로, 콜레스테롤과 전혀 무관하게 염증 경로만 억제합니다. 세 번에 걸친 대규모 연구가 모두 같은 방향을 가리킨 셈입니다.

그런데 이 결과가 왜 30년 가까이 일반에 알려지지 않았을까요. 제가 자료를 보면서 가장 씁쓸했던 지점이 여기였습니다. 리드커 박사가 연구 초기에 hs-CRP 측정 행위 자체에 특허를 등록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경쟁 관계에 있는 의사 그룹들이 연구 자체를 불신하는 분위기가 퍼졌습니다. 심지어 NEJM 논문에 "이 연구는 쓰레기(trial was flawed)"라는 표현을 담은 비판 논문이 등장할 정도였습니다. 학회 가이드라인에도 hs-CRP는 여러 위험 지표 중 하나로 구석에만 언급됐고, FDA는 콜레스테롤이 정상인 사람에게 스타틴을 쓸 때 고혈압·당뇨·흡연 중 한 가지 이상의 위험인자가 있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습니다. 제약 회사 아스트라제네카도 특허 분쟁 분위기 속에서 hs-CRP 측정을 적극 홍보하지 않았고요.

상황이 바뀐 건 폴 리드커와 무관한 호주·네덜란드 연구팀이 독립적으로 콜히친(colchicine) 저용량 연구를 진행하면서입니다. 콜히친이란 통풍 치료에 주로 쓰이는 강력한 항염증 약물로, 이를 저용량으로 꾸준히 투여했을 때 심근경색·뇌졸중 사망률이 유의하게 줄어든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콜히친 계열 약물 로도코(Lodoco)는 미국 FDA의 승인을 받았습니다(출처: U.S. Food and Drug Administration). 리드커와 이해관계가 없는 연구자들이 독립적으로 같은 결론에 도달하자, 미국 심장학회(ACC/AHA)도 2024년 들어서야 "심혈관 질환 예방에서 만성 염증을 주목해야 할 때"라고 공식 선언했습니다. 처음 데이터가 나온 지 약 30년 만의 일이었습니다.

  • hs-CRP 정상 범위: 한국 기준 0.2mg/L 이하 (미국 기준 2mg/L 이하, 단위 차이 10배)
  • 주피터 연구: 콜레스테롤 정상 + hs-CRP 높은 사람에게 로수바스타틴 투여 → 심혈관 사건 50% 감소
  • 칸토스 연구: 염증 경로만 차단하는 카나키누맙으로도 심근경색·뇌졸중 사망률 약 20% 감소 확인
  • 콜히친 저용량 연구: 독립 연구팀이 같은 방향 재확인 → FDA 승인 획득
요약: hs-CRP는 30년간 쌓인 대규모 임상 근거를 가진 혈관 염증 지표지만, 의학계 내부의 이해관계 충돌로 일반에 뒤늦게 알려졌다.

 

생활습관으로 수치를 낮추려 했더니, 예상과 달랐던 점

일반적으로 만성 염증을 낮추려면 좋은 음식을 '추가'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오메가-3, 강황, 항산화 식품 같은 것들이요. 저도 처음엔 그쪽에 집중했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추가보다 제거가 먼저였습니다. 가공식품, 액상과당이 든 음료, 튀긴 음식을 줄이는 것만으로 제 컨디션이 훨씬 빨리 달라졌습니다.

이건 사실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만성 염증이란 외부 자극이 끊이지 않을 때 몸의 면역계가 계속 응전 상태를 유지하는 현상입니다. 대식세포(macrophage)가 이상 물질을 탐지하고, 호중구(neutrophil)가 동원되고, 그 과정에서 정상 조직까지 손상되는 구조입니다. 대식세포란 조직에 상주하며 외부 침입자를 제일 먼저 탐지하는 면역 세포를 의미하고, 호중구란 혈액에서 출동해 침입자를 직접 제거하는 최전선 면역 세포를 뜻합니다. 이 과정이 수년 이상 지속되면 혈관 벽이 서서히 손상되는 동맥경화(atherosclerosis)가 진행됩니다.

제가 이 흐름을 이해하고 나서 가장 크게 달라진 관점이 하나 있습니다. 요리사가 매일 칼질을 해서 팔꿈치에 과부하가 쌓이면 염증이 생깁니다. 그 요리사한테 "항염 음식 드세요"라고 말하는 건 반만 맞는 조언입니다. 진짜 문제는 반복 자극이 왜 끊이지 않는지를 보는 것이거든요. 삶의 패턴이 염증의 원인이고, 패턴을 바꾸지 않으면 수치는 잠시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식단 하나 고치면 금방 해결될 것 같았는데, 수면 패턴과 스트레스 수준이 함께 맞물려 있었습니다.

주의할 점도 있습니다. hs-CRP는 감기, 치과 염증, 격한 운동 직후, 수면 부족 상태에서도 일시적으로 오릅니다. 제가 한 번의 검사 결과만 보고 지레 걱정했던 적이 있는데, 추이를 반복해서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만약 수치가 계속 높게 나오거나 발열, 원인 모를 체중 감소, 극심한 피로가 동반된다면 CBC(전혈구 검사)나 ESR(적혈구 침강속도) 같은 추가 혈액 검사와 함께 의사에게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맞습니다. CBC란 혈액 속 적혈구·백혈구·혈소판 수를 종합적으로 확인하는 기본 혈액 검사이고, ESR이란 적혈구가 가라앉는 속도를 측정해 체내 염증 정도를 가늠하는 보조 지표입니다.

제 경우 생활관리에서 가장 효과를 실감한 순서는 이랬습니다. 자극 제거(가공식품·단 음료 줄이기), 수면 시간 확보(7시간 이상),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30분 이상 빠르게 걷기), 그리고 스트레스 요인 점검 순이었습니다. 순서가 중요한 게 아니라 동시에 맞물려야 한다는 걸 나중에야 알았습니다만.

요약: 만성 염증 관리는 좋은 것 추가보다 반복 자극 제거가 먼저이며, hs-CRP 수치는 단 한 번의 결과가 아니라 추이로 판단해야 한다.

 

자주 묻는 질문

Q. hs-CRP 수치가 0.2mg/L를 넘으면 바로 병원에 가야 하나요?

A. 일반적으로 한 번의 수치만으로 단정하기보다는 추이를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감기나 운동 직후에도 일시적으로 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 경험상 같은 조건(공복, 안정 상태)에서 두 번 이상 측정해 지속적으로 높게 나온다면 그때 전문의 상담을 받는 것이 맞습니다. 발열이나 극심한 피로가 동반된다면 즉시 진료를 권합니다.

 

Q. 콜레스테롤이 정상인데도 hs-CRP를 검사해야 할 이유가 있나요?

A. 네, 이 부분이 기존 상식과 가장 다른 지점입니다. 주피터 연구는 콜레스테롤이 정상 범위인 사람들만을 대상으로 했는데도 hs-CRP가 높은 그룹에서 심근경색과 뇌졸중 발생률이 의미 있게 높았습니다. 동맥경화는 콜레스테롤 수치만의 문제가 아니라 만성 염증이 혈관 벽에서 진행되는 복합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40대 이상이라면 한 번쯤 확인해볼 만한 지표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Q. 운동하면 hs-CRP가 올라간다고 들었는데 운동이 오히려 해롭지 않나요?

A. 격렬한 운동 직후에는 일시적으로 hs-CRP가 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일시적인 급성 반응이고,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을 꾸준히 이어갔을 때 장기적으로는 만성 염증 수치가 낮아진다는 연구들이 있습니다. 제 경험상도 단기 수치에 일희일비하기보다 꾸준한 패턴이 더 중요했습니다. 측정은 운동 후 바로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Q. 동맥경화는 증상이 없다고 하는데, 그럼 알 방법이 전혀 없나요?

A. 동맥경화는 혈관이 상당히 좁아질 때까지 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어느 날 갑자기 혈전이 혈관을 막아 심근경색이나 뇌경색으로 이어지는 것이 전형적인 경과입니다. hs-CRP는 이 조용한 진행 과정을 간접적으로 감지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지표 중 하나입니다. 혈압, 당화혈색소와 함께 정기적으로 함께 보는 것이 현실적인 접근이라고 생각합니다.

 

결론

30년 가까운 임상 근거가 쌓였음에도 hs-CRP가 뒤늦게 주목받고 있다는 사실이, 저한테는 의학 정보도 결국 사람이 만들고 사람이 전달한다는 것을 다시 생각하게 했습니다. 좋은 데이터가 있다고 해서 자동으로 사람들한테 닿는 게 아니라는 것이지요.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40대 이후라면 건강검진에서 hs-CRP 항목을 한 번 확인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0.2mg/L 이하가 정상이고, 높게 나왔다면 생활 패턴 전반을 점검하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특정 보충제나 약보다, 반복 자극을 줄이는 방향이 먼저입니다. 염증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염증을 계속 유발하는 생활 패턴이 문제라는 것, 그게 제가 이 주제를 파고들면서 얻은 핵심 결론입니다.

참고: https://youtu.be/WV4twypGPlQ?si=fJrOER4o95u4S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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