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헌금 만 원 중 이웃에게 돌아가는 돈이 500원이라는 수치를 처음 접했을 때, 저는 "그래도 그렇게까지야" 싶었습니다. 그런데 180여 개 교회 결산을 직접 분석한 서울신학대학교 최현종 교수의 자료를 들여다보고 나니 그 숫자가 사실이었습니다. 모태신앙으로 자라 결혼 전까지 교회를 다닌 저로서는, 그 봉투에 담겼던 무게가 새삼 무겁게 느껴졌습니다.

재정 불투명: 장부를 보자는 사람이 쫓겨났다
서울 목동 제자교회 사건은 한국 교회 재정 구조의 민낯을 법정 기록으로 남겼습니다. 담임 목사 정삼지 씨는 2008년 8월부터 2010년 1월 사이 교회 헌금 계좌에서 324차례에 걸쳐 32억 원이 넘는 돈을 빼냈습니다. 한 달 평균 18번꼴로 계좌가 비워진 셈입니다.
이상하다고 문제를 제기한 사람은 교회를 섬기던 장로 7명이었습니다. 결과는 어땠냐고요. 그 7명이 교회에서 해임됐습니다. 2011년 12월 2일 서울남부지방법원은 판결문에 "해임된 장로 7명"을 직접 거명하며 "돈을 가져간 것만큼이나 묻는 입을 막은 것이 무겁다"고 짚었습니다.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이 최종 확정됐고, 횡령 인정액만 21억 4,600만 원이었습니다.
비슷한 구조는 여의도순복음교회 사건에서도 반복됐습니다. 장로 29명이 2011년 검찰에 고발장을 냈고, 교회 측은 이를 "극소수 불만 세력"이라 불렀습니다. 6년 뒤인 2017년 5월 17일, 대법원은 조용기 원로 목사와 장남 조희준 씨에게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유죄를 확정했습니다. 장로들이 옳았다는 것을 법원이 뒤늦게 인정한 것입니다.
제가 직접 다녔던 교회에서도 건축헌금을 거둘 때는 "한 가족"이라는 말이 빠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정작 그 돈이 어디에 얼마나 쓰였는지 결산 보고를 받아본 기억이 없습니다. 공익법인 결산 공시 의무를 규정한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50조의 3은 종교단체에 예외 조항을 달아 두었습니다. 여기서 결산 공시 의무란 법인이 한 해 수입과 지출 내역을 외부에 공개해야 하는 규정을 말하는데, 교회는 이 의무에서 빠져 있습니다. 헌금에는 연말정산 세액공제가 붙어 국고에서 1,500원씩(1만 원 헌금 기준) 보태주면서, 그 돈의 행방은 내는 사람도 확인할 수 없는 구조입니다.
명성교회 사건도 저는 오래 기억하고 있습니다. 재정장로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부동산 담당 젊은 목사가 의문의 죽음을 맞았는데 수사는 유야무야 마무리됐습니다. 수백억 원을 개인 재산처럼 운용했다는 의혹을 받은 김삼환 목사는 아예 조사 선상에도 오르지 않았습니다. 제가 그 뉴스를 접하던 당시 "이게 말이 되나" 싶어서 한동안 멍했던 기억이 납니다.
십일조가 자격이 된 교회, 봉투가 얇아지면 목소리도 사라졌다
십일조(tithe)란 원래 소득의 10분의 1을 하나님께 드린다는 신앙적 고백입니다. 그런데 2013년 예장합동 헌법 개정 초안에는 이런 문장이 포함됐습니다. "6개월 이상 예배에 출석하지 않거나 십일조 헌금을 하지 않는 교인은 권리가 자동 중지된다." 투표권과 피선거권이 봉투 두께로 결정되는 구조를 교단이 공식 안건으로 제출한 것입니다.
2014년 예장고신 헌법개정위원회도 비슷한 개정안을 내놓았습니다. 세례 교인은 십일조와 각종 헌금을 해야 하며,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해당 연도의 투표권과 결의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교회 개혁실천연대 김혜이 사무국장은 당시 "교인 자격을 제한하는 권한이 교단에 몰리면 평범한 교인들의 의견이 교회 결정에 반영되기 더 어려워진다"고 비판했습니다.
숫자로 보면 이 구조가 누구를 겨냥하는지 분명해집니다. 목회데이터연구소(출처: 목회데이터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교인 한 사람이 한 달 평균 내는 헌금은 24만 원, 50대는 30만 원, 60대는 28만 원이었습니다. 헌금을 가장 많이 내는 세대가 5070이라는 뜻입니다. 30년을 한 달 24만 원씩 내면 8,640만 원입니다. 그런데 IMF로 직장을 잃거나 자녀 병원비로 허리가 휘는 순간, 이런 규정은 그 교인을 권리 없는 교인으로 만들었습니다.
헌금 종류가 유독 많다는 것도 제가 다니면서 늘 불편하게 느꼈던 부분입니다. 십일조는 기본이고, 감사헌금·건축헌금·선교헌금·절기헌금까지 별별 이유로 봉투가 돌았습니다. 헌금을 안 내면 사람 취급도 못 받는 분위기가 실제로 있었습니다. 말로는 "드림"이지만 체감은 "내야 하는 것"에 가까웠습니다.
그 결과는 이미 수치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정기적으로 십일조를 낸다는 교인 비율이 2023년 61%에서 2025년 50%로 2년 만에 11%포인트 급락했습니다. 헌금을 교회 밖 단체에 낼 수 있다고 답한 교인도 44%에 달했고, 20대는 54%가 "교회 밖 헌금도 괜찮다"고 했습니다. 신앙의 의무로 여기던 헌금이 이제는 돈의 쓰임새를 따지는 소비자적 선택으로 바뀌고 있는 것입니다.
- 십일조 정기 납부 교인 비율: 2023년 61% → 2025년 50% (2년 새 11%p 하락)
- 교인 1인당 월평균 헌금: 24만 원 / 50대 30만 원, 60대 28만 원으로 5070이 최다
- 교회 밖 헌금 가능하다고 응답한 교인: 전체 44%, 20대 54%
- 예장통합 교인 수: 2016년 273만 명 → 2025년 214만 910명 (10년간 59만 명 감소)
교회 비리가 반복되는 이유, 장부 공개 없이는 구조가 안 바뀐다
교회 수입에서 구제비, 즉 어려운 이웃을 위한 지출이 차지하는 비율은 얼마나 될까요. 교회 개혁실천연대가 2006년 28개 교회 결산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구제비는 평균 3.11%였습니다. 연간 예산이 1억 원 미만인 작은 교회만 따로 보면 이 수치는 0.23%까지 내려갔습니다. 만 원을 내면 23원이 이웃에게 간다는 계산입니다. 반면 유지운영비 38%와 인건비 30%를 합친 68%는 교회 건물과 목회자 사례비로 나갔습니다.
여기서 사례비(pastor's compensation)란 목사가 교회로부터 받는 급여 및 각종 수당을 통틀어 부르는 표현입니다. 문제는 사례비의 규모와 지급 기준이 교인에게 공개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입니다. 제가 경험한 교회에서도 목사가 퇴임할 때 30억 원에 달하는 퇴직금과 전별금을 받고, 이후 원로목사 명목으로 매달 월급에 판공비·차량유지비·병원비까지 지원받는다는 이야기가 나돌았습니다. 자기 돈은 한 푼도 안 들어가는 구조라는 말이 교인들 사이에서 공공연하게 돌았습니다.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 관련 사태도 저는 오래 들여다봤습니다. 거짓말이 밥 먹듯 나왔다는 이야기가 당시 교인들 사이에서 파다했습니다. 결국 교회가 내홍으로 크게 흔들렸고, 법의 심판을 통해 공의가 세워지기를 바라는 교인들이 많았지만 흐지부지되는 것을 지켜봤습니다.
그렇다고 희망이 없는 건 아닙니다. 서울 마포 백주년기념교회는 매달 결산을 원 단위까지 인터넷에 공개하고 공인회계사 8명이 외부 감사를 맡습니다. 외부 감사(external audit)란 교회 내부가 아닌 독립적인 제3의 회계 전문가가 재정 장부의 적정성을 검토하는 절차를 말합니다. 높은뜻교회도 2011년부터 외부 감사를 도입했습니다. 이런 교회에서는 장부를 보자고 했다가 쫓겨났다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습니다. 장부를 여는 것이 불가능한 일이 아님을 이미 증명한 교회들이 존재합니다.
독일의 상황은 앞날을 가늠하는 거울이 됩니다. 독일 개신교는 2022년 한 해에만 38만 명이 교회를 공식 탈퇴했고, 처음으로 탈퇴자 수가 사망 교인 수를 넘어섰습니다. 2024년 5월 독일개신교협의회(EKD) 키르스텐 페어스 의장은 "우리는 더 작고 더 가난한 교회가 된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공개 선언했습니다(출처: 독일개신교협의회 EKD). 돈으로 묶은 관계는 돈이 끊기면 함께 끊어진다는 사실을 독일 교회가 먼저 맞닥뜨리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교회 헌금에도 세금 혜택이 있나요?
A. 있습니다. 교회에 낸 헌금은 연말정산에서 기부금 세액공제 대상이 됩니다. 1,000만 원까지는 15%, 초과분은 30%를 세금에서 빼줍니다. 다만 종교단체 기부금은 소득의 10%까지만 공제 한도에 들어가는 반면, 일반 공익법인 기부금은 30%까지 들어갑니다. 헌금을 교회 밖 복지단체에 낼 경우 세액공제 혜택이 오히려 더 넓을 수 있다는 점도 알아둘 만합니다.
Q. 교회는 왜 재정을 공개하지 않아도 되나요?
A.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50조의 3은 공익법인에게 결산 서류 공시 의무를 부과하고 있지만, 종교의 보급과 교화에 기여하는 공익법인은 예외로 두고 있습니다. 즉, 교회는 법적으로 장부 공개 의무가 없습니다. 국세청 세액공제 혜택을 받으면서 재정 공시는 면제받는 구조가 지금도 유지되고 있습니다.
Q. 십일조를 안 내면 정말 교회에서 투표권을 잃나요?
A. 2013년 예장합동, 2014년 예장고신에서 십일조 미납 교인의 투표권·결의권을 제한하는 내용의 헌법 개정안이 실제로 제출됐습니다. 헌법 개정은 공청회와 노회를 거쳐야 해서 확정까지 수년이 걸리는 절차이지만, 이런 안이 교단 공식 채널을 통해 나왔다는 사실 자체가 구조적 문제를 드러냅니다. 교회마다 정관이 다르므로 본인이 다니는 교회 정관을 직접 확인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Q. 재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교회도 있나요?
A. 있습니다. 서울 마포 백주년기념교회는 매달 결산을 원 단위까지 인터넷에 공개하고 공인회계사 8명이 외부 감사를 맡습니다. 높은뜻교회는 2011년부터 교회 외부 회계사에게 장부를 맡기는 외부 감사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런 사례는 교회가 마음만 먹으면 재정 투명성을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결론
저는 교회를 증오해서 떠난 게 아닙니다. 엄마 손에 이끌려 다니다 결혼 후 발을 끊었는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의 해방감이었습니다. 수십 년을 다니면서 이상한 교인들, 건축헌금 압박, 종류도 다양한 헌금 봉투, 그리고 헌금을 안 내면 달라지는 시선을 겪고 나면 자연스럽게 마음이 떠납니다.
지금 교인들이 조용히 봉투를 줄이고 발걸음을 돌리는 것은 믿음이 약해진 탓이 아닐 가능성이 큽니다. 목회데이터연구소가 2025년 조사를 발표하며 "왜 신앙을 버리지 않으면서 교회와는 거리를 두게 됐는지 답을 찾지 못하면 교회는 계속 사람을 떠나보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것은 정확한 진단으로 보입니다.
제 경험상 이 문제는 목사 한 명을 교체한다고 해결되지 않습니다. 결산 공시 구조, 외부 감사 제도, 교인의 정보 접근권, 이 세 가지가 동시에 바뀌어야 장부가 열립니다. 당장 다니는 교회의 연간 결산 보고를 한 번 요청해보는 것이 가장 작은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