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중에 눈동자를 빠르게 굴리는 사람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처음엔 그냥 산만한 사람이려니 했는데, 나중에 돌이켜보니 그 사람은 대화 내내 저를 '읽고' 있었던 거였습니다. 대한민국 1호 프로파일러 권일용 교수가 30년간 3,000건의 사건을 다루며 내린 결론은 범죄자는 먼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말이 꽤 오래 마음에 걸렸습니다.

 

범죄자 눈빛

범죄자는 왜 '우리 중 하나'인가 — 사회적 고립의 위험성

일반적으로 연쇄범죄자나 무차별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사이코패스, 즉 선천적으로 공감 능력이 결여된 존재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범죄자들을 면담해온 입장에서 보면 이야기가 좀 다릅니다. 죄책감이 없는 게 아니라, 애초에 미안해야 할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겁니다.

여기서 핵심 개념이 등장합니다. 바로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입니다. 하버드 사회학자 로버트 머턴이 제시한 이 개념은, 공감·신뢰·이해처럼 눈에 보이지 않지만 공동체를 유지하는 무형의 자원을 뜻합니다. 이 사회적 자본이 고갈되면 학교는 교육의 장이 아닌 경쟁의 전장이 되고, 교사는 서비스 제공자로 전락하며, 아이들은 사람 간의 갈등과 회복을 배울 기회를 잃습니다.

제가 경험상 느낀 건, 범죄자들이 소통을 못 하는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오히려 소통 자체가 필요 없다고 판단한 사람들입니다. '나는 내 목표만 이루면 되고, 너는 그 경쟁 대상이거나 제거 대상이다'라는 논리 구조입니다. 이 자기 선택적 고립이 사회로부터 강제로 밀려나는 고립보다 훨씬 더 위험하다는 점이 서늘했습니다.

실제로 천여 건의 사건 데이터를 분석했을 때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공통 요인이 바로 이 사회적 고립이었습니다(출처: 미국 국립사법연구소(NIJ)). 그래서 지금 세계 각국이 고립된 사람들을 찾아내 공동체로 연결하는 케어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는 겁니다. 범죄 예방의 본질이 CCTV나 처벌 강화가 아니라, 관계 회복에 있다는 방향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습니다.

  • 사회적 자본 고갈 → 공감·신뢰 부재 → 목표 중심 단절형 인간 형성
  • 자기 선택적 고립이 외부 강제 고립보다 범죄 위험성 더 높음
  • 범죄 예방의 핵심은 처벌보다 관계 회복과 사회화 과정에 있음
요약: 범죄자의 공통점은 사이코패스 여부가 아니라, 공동체 의식 자체가 없는 자기 선택적 고립에 있다.

 

대화 중 눈동자가 빠르게 움직이는 사람 — 안구운동으로 읽는 심리

저도 처음엔 그냥 산만한 사람이거나, 저와의 대화가 지루한가보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겪어보니 그게 아니었습니다. 그 사람은 저를 보면서 동시에 주변 반응을 빠르게 스캔하고 있었고, 이후 행동을 보니 처음부터 상황을 계산하고 있었던 겁니다.

프로파일링 분야에서 오랫동안 관찰해온 결과, 범죄 성향이 있는 사람들에게서 두드러지는 비언어적 단서(Non-verbal Cue) 중 하나가 바로 비정상적으로 빠른 안구 운동입니다. 비언어적 단서란 말이 아닌 표정, 몸짓, 시선 등으로 드러나는 심리적 신호를 뜻합니다. 일반적인 대화에서는 상대방에게 시선을 집중하고, 잠깐 생각할 때 눈을 돌리는 정도입니다. 그런데 이 유형의 사람들은 대화 중에도 쉬지 않고 주변을 훑습니다.

왜 그럴까요. 목표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일반인은 대화 자체에 집중하지만, 이 사람들은 '내 말이 얼마나 먹히고 있는가', '저 사람은 나를 어떻게 보고 있는가', '지금 이 상황에서 내가 어떻게 행동해야 유리한가'를 실시간으로 계산합니다. 안구는 흔히 '튀어나온 뇌'라고 불릴 만큼 뇌의 활동 상태를 직접 반영합니다. 인지적 부하(Cognitive Load), 즉 뇌가 동시에 처리해야 할 정보량이 많아질수록 안구 움직임도 빨라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출처: 미국심리학회(APA)).

물론 빠른 안구운동 자체만으로 그 사람이 범죄자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강한 성취 지향성을 가진 사람, 극도로 긴장한 상황에 있는 사람도 비슷한 패턴을 보입니다. 제 경험상 이건 '범죄 여부'의 신호라기보다, '지금 이 사람이 대화에 집중하는 게 아니라 손익 계산을 하고 있다'는 신호로 읽는 게 더 정확합니다. 그 계산의 목적이 무엇인지는 다른 맥락을 함께 봐야 알 수 있습니다.

요약: 빠른 안구운동은 범죄의 증거가 아니라, 대화보다 상황 계산에 뇌가 집중되어 있다는 비언어적 단서다.

 

연쇄범죄는 정말 줄었는가 — 진화된 범죄와 양형기준의 허점

뉴스에서 연쇄살인 사건을 예전만큼 보기 어려워진 건 사실입니다. 그런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범죄가 줄어든 게 아니라 형태가 바뀐 거였으니까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수사 기술이 발달해 연쇄 범행을 이어가기 전에 조기 체포가 이루어집니다. 문제는 연쇄가 아닌 단건 범죄로 처리되다 보니 형량이 낮고, 출소 후 재범률이 높습니다. 둘째이자 더 심각한 문제는, 범죄 자체가 무형화됐다는 점입니다. 가스라이팅(Gaslighting), 즉 피해자의 현실 인식을 반복적으로 왜곡시켜 심리적으로 지배하는 방식이나, 성착취물을 이용한 극단적 심리 지배를 통해 피해자가 스스로 생을 포기하도록 만드는 형태입니다. 물리적 폭력 없이도 사람을 죽음으로 몰 수 있는 구조가 된 겁니다.

분노를 억누르지 못하는 유형의 범죄자들은 무차별 범죄(Random Violence)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무차별 범죄란 특정 피해자를 겨냥하지 않고 불특정 다수를 공격하는 유형으로, 이 문제는 한국만이 아니라 대만, 미국, 영국 등 전 세계에서 동시에 나타나고 있습니다.

여기서 양형기준 이야기를 빼놓을 수가 없습니다. 양형기준이란 법원이 형량을 결정할 때 참고하는 기준표를 뜻합니다. 그런데 현행 기준 일부는 전쟁 직후 극빈 시대에 만들어진 것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초범', '반성', '피해자와의 합의'가 감경 사유가 되는데, 성범죄에서 합의는 실질적으로 보복이 두려운 피해자가 어쩔 수 없이 선택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 합의가 형량을 깎아주는 근거로 쓰이는 현실은, 30년 경력의 프로파일러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할 정도입니다.

요약: 연쇄범죄는 줄어든 게 아니라 가스라이팅·무차별 범죄 등 무형의 형태로 진화했고, 낡은 양형기준이 재범의 환경을 만들고 있다.

 

자주 묻는 질문

Q. 사이코패스와 무차별 범죄자는 다른 건가요?

A. 일반적으로 무차별 범죄자는 사이코패스라서 죄책감이 없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 면담 경험에서는 다릅니다. 이들은 공감 능력이 없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피해자를 같은 공동체 구성원으로 인식하지 않기 때문에 미안함 자체를 느끼지 못합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사이코패스보다 더 다루기 어려운 유형입니다.

 

Q. 대화 중 눈을 자주 돌리는 사람, 무조건 조심해야 하나요?

A. 빠른 안구운동만으로 그 사람을 위험 인물로 단정하는 건 맞지 않습니다. 강한 성취 지향성이나 극심한 긴장 상태에서도 비슷한 패턴이 나타납니다. 다만 대화에 집중하기보다 상황을 계산하고 있다는 신호로는 읽을 수 있고, 다른 비언어적 단서들과 함께 맥락을 봐야 합니다.

 

Q. 범죄 성향을 어렸을 때 미리 예측할 수 있나요?

A. DSM-5(정신장애 진단 통계 편람) 기반으로 위험 요인을 사전에 진단하자는 의견이 학계에서 나온 적 있습니다. 그러나 해당 요인을 가졌어도 범죄로 이어지지 않는 사례가 존재하는 한 채택할 수 없다는 것이 현재 입장입니다. 낙인(Stigma)이 오히려 회복 가능한 사람을 범죄로 밀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Q. 거짓말 탐지기는 얼마나 믿을 수 있나요?

A. 폴리그래프(Polygraph)는 거짓말을 직접 잡아내는 도구가 아닙니다. 특정 질문에서 긴장도가 높아진다는 것을 측정하는 장치입니다. 누군가를 보호하기 위해 거짓말하는 경우에도 반응이 나오고, 반대로 자신의 거짓 기억을 진실로 믿는 경우엔 반응이 안 나올 수 있습니다. 심리적 압박 도구로서의 효과가 더 크다고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결론

이 내용들을 정리하고 나서 제가 가장 오래 생각한 건 '걸러야 할 인간'의 기준이었습니다. 돈 안 내고 밥 얻어먹는 것, 잔거짓말, 공공장소에서의 무례함 같은 행동들이 단순히 예의 없음의 문제가 아니라, 공동체를 자신의 이익 추구 대상으로만 보는 사고방식의 단면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범죄자와 일반인의 경계는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사회적 자본이 쌓이는 방식도, 고갈되는 방식도 결국 일상의 관계 속에 있습니다. 주변에서 유난히 눈동자가 바쁜 사람을 만났다면, 그 사람이 지금 대화에 있는지 계산에 있는지 한 번쯤 살펴볼 이유가 생겼습니다. 그리고 양형기준처럼 사회가 오래 방치해온 구조적 문제들도, 결국 일상에서의 피해자를 만들어낸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참고: https://youtu.be/eNPWlpThilw?si=AXZ8WUG9mqcU2N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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