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9일, 저는 장 시작 직후 화면을 보다가 잠깐 멈췄습니다. SK하이닉스가 분기 영업이익 60조 5천억 원이라는 사상 최대 실적을 발표한 바로 그날, 주가가 장중 23%나 빠졌거든요.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처음 있는 일이 아니라는 걸 찾아보고 나서야 — 아, 이게 또 그 패턴이구나 — 싶었습니다. 사상 최대 실적에 주가 폭락, 그 이유를 정리해봤습니다.

PER 함정 — "싸다"는 말에 속으면 안 되는 이유
7월 29일 기준으로 SK하이닉스의 추정 PER(주가수익비율)은 4.5배였습니다. 여기서 PER이란 현재 주가가 1년치 순이익의 몇 배 수준인지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쉽게 말해, PER 4.5배라는 건 지금 시가총액이 연간 예상이익의 고작 4.5배밖에 안 된다는 뜻이죠. 일반적으로 성장주의 PER이 15~20배 수준인 걸 감안하면, 숫자만 보면 정말 말도 안 되게 싸 보입니다.
그런데 제가 2018년 데이터를 찾아봤더니 — 그때도 똑같이 PER 4.6배였습니다. 그 당시에도 수많은 증권 전문가들이 "SK하이닉스가 4.6배밖에 안 되니 15배까지 오르면 주가 세 배"라고 했죠. 결과는 어땠을까요? 그해 주가가 38% 떨어졌고, 이후 추가로 더 빠져 고점 대비 총 42%가 하락했습니다. 반토막 직전이었던 셈입니다.
반도체는 대표적인 사이클 산업입니다. 여기서 사이클 산업이란, 수요와 공급이 주기적으로 과잉·부족을 반복하면서 이익이 크게 오르내리는 구조의 산업을 말합니다. 이익이 정점일 때 이미 시장은 다음 하강 사이클을 선반영해서 주식을 팝니다. 그러니 "PER이 낮으니 싸다"는 논리가 그대로 통하지 않는 겁니다. 오히려 사이클 산업에서 PER이 가장 낮을 때가 매도 신호에 가깝고, PER이 가장 높을 때 — 즉 이익이 바닥일 때 — 가 매수 타이밍이었던 경우가 반복됐습니다. 실제로 2019년 SK하이닉스의 PER은 22배였는데, 바로 그 시점이 저점이었고 이후 주가는 66% 올랐습니다(출처: 네이버 금융 SK하이닉스 시세).
이번에도 "PBR(주가순자산비율)은 무시하고 PER만 보면 된다"는 주장이 많았습니다. PBR이란 시가총액을 장부상 순자산으로 나눈 값으로, 회사가 갖고 있는 실물 자산 대비 주가가 어느 수준인지를 보여줍니다. 미국 빅테크처럼 자본 투자 없이 네트워크 독점으로 돈을 버는 기업이라면 PBR이 덜 중요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SK하이닉스는 공장을 짓고 장비를 계속 사들여야 하는 전형적인 장치 산업입니다. 이런 회사에서 PBR을 무시하고 PER만 내세운 건, 결국 주가가 가장 비쌀 때 투자자들을 끌어모으는 역할을 한 셈이죠.
그렇다면 지금은 어떻게 봐야 할까요?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PER 4.5배가 싸다, 비싸다를 논하기 전에 — 이 이익이 내년에도 유지되거나 더 올라갈 수 있는지를 먼저 따져야 합니다.
- PER(주가수익비율) 4.5배 — 숫자만 보면 역대급으로 싸 보이지만, 사이클 산업에서는 이익 정점과 겹치는 경우가 많다
- 2018년에도 동일하게 PER 4.6배에서 이후 주가 42% 하락 — 같은 패턴이 반복됐다
- PBR(주가순자산비율)은 장치 산업인 메모리 반도체에서 여전히 중요한 지표다
- 사이클 산업에서 PER이 낮을 때 오히려 조심해야 하고, 높을 때가 매수 기회였던 사례가 반복됐다
이익 전망이 진짜 판정 기준인 이유
제가 직접 이날 장을 지켜보면서 가장 당황했던 건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률이었습니다. 76.3%입니다. 엔비디아(NVIDIA)의 65%, TSMC의 60%, 삼성전자의 52%를 훌쩍 넘는 수치입니다. 세계 1위 마이크론(81.2%)에 이어 2위입니다(출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DART). 이 숫자만 보면 "도대체 왜 파는 거지?"라는 생각이 드는 게 당연합니다.
그런데 시장이 실적보다 더 무거운 걸 묻고 있었습니다. "이 이익이 앞으로도 계속될 수 있는가?" — 바로 이 질문이었습니다. 증권가 기대치는 약 64조 원이었는데 실제 결과는 60조 5천억 원으로 약간 밑돌았습니다. 기대치를 못 맞혔다는 사실 자체보다는, "앞으로의 이익 전망치가 계속 올라갈 수 있는가"에 대한 확신이 무너진 게 더 큰 충격이었다고 저는 봅니다.
여기에 국민연금 문제가 겹쳤습니다. 원래 연기금이 하락장에서 순매수에 나서면 강력한 지지 신호였습니다. 실제로 7월 29일에도 국민연금이 수천억 원 규모의 순매수를 하면서 지수가 5,200선에서 5,600선으로 올라오긴 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미 국민연금이 주식 비중을 너무 많이 끌어올려 놓은 상태라는 겁니다. 통상 적정 비중이 약 14~15% 수준인데, 고점 당시 31%까지 올라가 있었다는 정황이 있습니다. 이 초과 비중이 오히려 외국인들에게 비싸게 팔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줬고, 외국인은 올해 상반기에만 약 160조 원어치를 처분하고 빠져나갔습니다.
솔직히 청와대 정책실장이라는 사람이 "지금은 조정 기간"이라고 말하는 걸 듣고는 제가 경악했습니다. 2배 레버리지 상품까지 만들어놓고 — 삼성전자·SK하이닉스 레버리지는 사실상 개인 투자자들이 변동성 장에서 피눈물을 흘리게 설계된 구조입니다. 레버리지 ETF는 기초자산 등락률의 2배를 추종하지만, 변동성이 크면 클수록 복리 효과가 역으로 작동해 자산이 지속적으로 소멸하는 구조적 문제가 있습니다. 그런데 책임지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게 더 참담합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뭘 봐야 할까요? 핵심은 이익 전망치의 방향입니다. HBM(고대역폭메모리, High Bandwidth Memory — AI 가속기에 탑재되는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이 과거 일반 D램처럼 수요 사이클을 타는지, 아니면 AI 데이터센터 투자와 함께 구조적으로 성장하는지가 판정 기준입니다. 범용 D램의 현물가(스팟 가격)와 중국 창신(CXMT)의 시장 점유율 확대 속도 — 이 두 가지를 제가 계속 추적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제 생각에는 메모리가 과거에 사이클 산업이었던 건 PC·스마트폰 같은 소비재 수요가 중심이었기 때문입니다. 지금 HBM은 AI 데이터센터 확장이라는 수요를 받고 있어서, 과거와 같은 게임이라고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시장이 아직 의심하는 동안 추매하는 전략이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다만 레버리지 상품만큼은 — 아무리 확신이 있어도 — 조심해야 한다는 건 이번 장에서 다시 한 번 확인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SK하이닉스 PER 4.5배면 진짜 싼 거 아닌가요?
A. 숫자만 보면 싸 보이는 게 맞습니다. 하지만 이 PER은 올해 이익이 그대로 유지된다는 가정 하의 추정치입니다. 사이클 산업에서는 이익이 정점일 때 PER이 가장 낮게 나오는 구조라, 과거 2018년에도 PER 4.6배에서 이후 주가가 42% 더 하락했습니다. "싸다"고 단정하기 전에 이익 전망치 방향을 먼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HBM은 일반 D램과 다르게 사이클을 안 탈 수도 있는 건가요?
A.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입니다. HBM은 AI 데이터센터 확장이라는 구조적 수요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PC·스마트폰 소비재 수요에 의존하던 과거 D램과는 수요 기반 자체가 다릅니다. 다만 시장에서는 수십 년간 반복된 사이클 패턴을 아직 완전히 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HBM이 사이클을 벗어났다는 증거가 이익 전망치 상향으로 꾸준히 확인되어야 주가도 본격적으로 반응할 것으로 보입니다.
Q. 연기금이 순매수했는데 왜 반등이 지속되지 않는 건가요?
A. 과거에는 연기금 순매수가 강력한 지지 신호였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이미 연기금의 주식 비중이 통상 수준의 두 배 가까이 올라간 상태여서 추가 매수 여력이 크게 줄어 있습니다. 게다가 같은 날 금융투자의 순매수 상당 부분이 단일 종목 레버리지로 추정되는데, 이런 자금은 변동성이 크면 며칠 안에 다시 팔아야 하는 구조라 지속적인 지지대가 되기 어렵습니다.
Q. 삼성전자·SK하이닉스 레버리지 ETF는 왜 위험한가요?
A. 레버리지 ETF는 기초자산 일일 등락률의 2배를 추종하는 구조입니다. 주가가 한 방향으로 쭉 오를 때는 유리하지만, 오르내리기를 반복하는 구간에서는 복리 효과가 역으로 작동해 원금이 서서히 소멸하는 '변동성 손실'이 발생합니다. 7월 29일처럼 장중 등락폭이 23%에 달하는 날에는 레버리지 포지션이 하루 만에 치명적인 손실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결론
7월 29일 코스피와 코스닥 양 시장 이틀 연속 서킷 브레이커 발동, SK하이닉스 장중 23% 급락 — 이건 단순한 실적 실망감으로 설명하기엔 너무 큰 움직임이었습니다. 제가 이날을 되짚어보면서 확인한 건, 결국 "PER이 낮으니 싸다"는 프레임이 사이클 산업에서는 얼마나 위험한 함정인지였습니다. 2018년 패턴이 그대로 반복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면, 적어도 고점 부근에서 추격 매수하는 실수는 피할 수 있었을 겁니다.
앞으로 제가 지켜볼 두 가지는 명확합니다. 첫째는 SK하이닉스의 이익 전망치가 하락 전환하는지, 아니면 계속 상향되는지. 둘째는 중국 창신(CXMT)의 점유율 확대가 범용 D램 현물가 하락으로 연결되는지입니다. 이 두 가지가 확인되기 전까지는 확신보다 관찰이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레버리지 상품에 이미 물려계신 분들은 특히 단기 변동성에 흔들리지 않도록 포지션 점검이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