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이번 세제 개편안 보고 처음엔 "설마 이 방향으로 가겠어?" 싶었습니다. 시가 20억 이하는 종합부동산세(종부세)에서 빠진다는 내용에 일부 실거주자들이 반색하는 모습도 봤고요. 그런데 자료를 뜯어보면 볼수록 이건 '혜택'이 아니라 선별적 증세의 포장지에 가깝다는 생각이 점점 강하게 들었습니다. 비거주·다주택에는 세율이 두 배, 네 배씩 뛰고, 전월세 시장에는 사실상 퇴로가 막히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종부세 이미지

실거주 강제와 증여 — 세금이 만들어내는 시장의 역설

제가 주변에서 30대 신혼부부들한테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어차피 집값 더 떨어지면 그때 사면 되잖아요"입니다. 저도 처음엔 그 논리가 틀리지 않다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10년 전을 돌이켜보면 생각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2016년 강남 아파트 84㎡ 시세가 10억 초반이었고, 지금은 40억~50억대입니다. 그 사이 월급은 그 속도로 오르지 않았습니다.

이번 개편의 핵심은 주택 수 규제에서 가액·거주 중심 과세로의 전환입니다. 종합부동산세(종부세)란 일정 기준 이상의 주택을 보유한 사람에게 재산세 외에 추가로 부과하는 세금입니다. 쉽게 말해 집을 갖고 있는 것 자체에 붙는 보유세이고, 이번 개편은 그 기준을 '몇 채냐'에서 '얼마짜리 집이냐, 거기 사느냐'로 바꿨습니다. 1주택자도 비거주라면 다주택자 세율을 그대로 적용받는 구조입니다.

그 결과 시장에서 벌어지는 일은 예측 가능한 순서로 흘러갑니다. 세 부담이 급격히 늘어나는 고가 비거주 주택자들은 양도세와 보유세를 비교한 뒤, 팔기보다 자녀에게 넘기는 쪽을 택하기 시작합니다. 증여세는 이번 개편에서 세율이 변하지 않았으니까요. 증여세란 재산을 무상으로 이전할 때 수취인에게 부과되는 세금입니다. 현재 구조에서는 양도세보다 증여세가 유리한 케이스가 속속 나올 수 있고, 실제로 과거에도 보유세가 급등한 시점에 강남·서초·용산 일대에서 증여 거래가 폭발적으로 늘었습니다. 증여된 집은 수증자가 직접 거주할 가능성이 거의 100%이므로, 시장에 나오는 전월세 매물은 그만큼 사라집니다.

제가 직접 경험한 것도 이와 비슷합니다. 경기도 신축 84㎡ 평균이 지금 6~8억대인데, 자재비와 인건비는 해마다 오르고 있습니다. 지금 이 가격이 비싸 보여서 기다리다 보면, 5년 후 같은 면적이 아니라 59㎡, 64㎡짜리가 그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때 되면 또 "지금은 비싸니 기다리자"를 반복하게 됩니다. 20년 전 장기 임대아파트 들어가서 자산 형성 기회를 놓친 분들이 걸어간 길과 구조가 똑같습니다.

  • 종부세 비과세 기준: 시가 20억 이하 1주택 실거주자는 종부세 면제 구간으로 이동
  • 비거주 1주택자: 다주택자와 동일한 중과 세율 적용 — 세 부담 2~4배 증가 가능
  • 증여세·상속세: 이번 개편에서 세율 변동 없음 → 증여가 양도보다 유리한 케이스 속출 전망
  • 전월세 매물: 매매 1건이 성사될 때마다 전세·월세 1건이 사라지는 구조 가속화
요약: 이번 개편은 거주 여부와 집값 기준으로 과세를 재편하면서, 고가 비거주 주택자들의 증여를 촉진하고 전월세 공급을 구조적으로 줄이는 방향으로 작동합니다.

 

무주택자의 현실 — 대출도 막히고 전월세도 사라지는 세상

세제 개편 내용보다 제가 더 충격적으로 받아들인 건 금융위원회의 기조입니다. "대출을 풀면 집값이 올라 주거 사다리가 더 멀어진다"는 논리로 LTV(주택담보대출비율) 완화는 없다고 못을 박았습니다. LTV란 집값 대비 대출 가능한 비율을 말하는데, 이 수치가 낮으면 현금이 없는 사람은 사실상 집을 살 수 없습니다. 총량 규제가 내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신호까지 나왔습니다(출처: 금융위원회).

이 상황을 수치로 보면 더 명확해집니다. 다주택자 비율은 4년 5개월 만에 최저치까지 내려왔습니다. 이번 정책은 남아있는 다주택자들마저 시장에서 소멸시키겠다는 방향이 뚜렷합니다. 그런데 동시에 대출은 막혀 있습니다. 세금으로는 "팔아라", 금융으로는 "살 수 없게 한다"는 이 두 방향이 동시에 작동하면, 결국 현금 부자들만 매물을 받아갈 수 있는 구조가 됩니다. 서울 외곽 15억 이하 아파트에서 이미 신고가가 속출하고 있는 건 이 논리의 현실판입니다. 사금융(가족·지인 차입)까지 동원해서라도 사려는 수요가 막히기 전에 움직이고 있는 것이고요(출처: 한국부동산원).

재개발·재건축에 대한 신중론도 이 맥락에서 읽어야 합니다. 재건축이란 노후 아파트를 허물고 새로 짓는 방식으로 도심 주택 공급을 늘리는 핵심 수단인데, 정부 관계자들이 잇달아 속도 조절 신호를 보내고 있습니다. 공급은 제한하고 보유세는 올리면 임대인들은 세 부담을 임차인에게 전가할 수밖에 없고, 서울 전세가격은 이미 2년 새 1억 원 가까이 뛴 상태입니다. 저는 이 개편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그 상승 속도가 지금보다 훨씬 가팔라질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또 하나, 세무사들도 이번 세법을 "다시 처음부터 공부해야 하는 수준"이라고 말할 정도로 경우의 수가 복잡해졌습니다. 연도·보유 기간·거주 여부·금액·주택 수가 모두 변수로 얽히는 구조라, 세무 상담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어떤 집을 사고팔아야 하는지 부동산 투자 전략까지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정부 말을 믿고 5월 9일 전에 집을 급매로 팔았던 분들이 이제 내년 양도세 완화 방침을 보면서 느끼는 허탈감은, 제 경험상 이런 복잡계에서 정부 발표만 믿고 움직이면 반복적으로 손해 보는 구조가 된다는 걸 다시 한번 증명합니다. 그리고 그건 저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요약: 대출 총량 규제 유지와 공급 신중론이 맞물리면서, 현금 없는 무주택자에게 이번 정책은 집을 살 기회도, 전월세를 구할 여지도 동시에 좁아지는 이중 압박으로 작동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시가 20억 이하면 종부세 안 내도 되는 건가요?

A. 이번 개편안 기준으로 시가 20억 이하 1주택 실거주자는 종부세 과세 대상에서 빠질 수 있습니다. 다만 '실거주' 요건이 핵심입니다. 같은 집이라도 본인이 직접 거주하지 않으면 비거주 1주택자로 분류돼 중과 세율이 적용될 수 있으니, 단순히 집값만 보고 판단하면 위험합니다.

 

Q. 보유세가 오르면 집을 팔아야 할까요, 증여해야 할까요?

A. 보유 기간·집값·가족 관계 등 변수가 너무 많아 일률적으로 말하기 어렵습니다. 이번 개편에서 증여세 세율은 바뀌지 않았고, 내년 양도세 완화 방침이 나왔기 때문에 두 경우를 직접 수치로 비교하는 세무 상담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단, 세무 상담만으로 끝내지 말고 어떤 집을 팔고 사야 하는지까지 함께 검토하는 게 현재 세법 구조에서 맞는 접근입니다.

 

Q. 전세가 없어지면 무주택자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실거주 강제 정책이 유지되면 전월세 공급은 구조적으로 줄어드는 방향입니다. 대출 규제로 아파트 매수가 어렵다면, 빌라·오피스텔 매수를 포함한 선택지를 열어두고 검토하는 게 현실적입니다. 아파트에 비해 가격 상승률이 낮더라도, 전월세 시장에서 계속 비용을 쏟아붓는 것보다 실질적으로 나을 수 있습니다.

 

Q. 지방이나 경기도 외곽도 집값이 오를까요?

A. 이번 개편으로 세 부담이 집중되는 30억 초과 고가 주택 대신, 15억~25억대 '덜 똘똘한' 아파트로 수요가 이동하는 현상은 이미 나타나고 있습니다. 서울 외곽과 경기도 주요 지역이 그 반사이익을 받을 가능성은 있습니다. 다만 지방 전체로까지 온기가 전해질지는 인구 유입 추세와 교통 인프라 등 별도 변수를 함께 봐야 합니다.

 

결론

제가 이번 정책 전반을 보면서 가장 강하게 느낀 건, 현 정부 스스로 서울·수도권 집값이 앞으로 대단히 빠르게 오를 것을 확신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이렇게까지 강도 높은 실거주 강제와 비거주 증세를 동시에 밀어붙일 이유가 없습니다. 일부 구간은 혜택처럼 보이지만, 집값 상승 속도가 이어진다면 지금 20억 이하 기준도 머지않아 대다수 서울·수도권 주요 지역을 포함하게 될 것입니다.

수백 년 역사를 봐도 세금을 무겁게 걷는 정부가 민심의 칭송을 받은 사례는 드뭅니다. 다음 대선과 총선에서 시장이 어떻게 반응할지는 지켜봐야 알겠지만, 지금 당장 무주택자와 임차인들이 체감하는 현실은 매우 냉혹합니다. 저는 집을 살 여력이 된다면, 완벽한 타이밍을 기다리며 전월세를 전전하는 것보다 지금 살 수 있는 집을 사는 쪽이 장기적으로 낫다는 결론에 다시 한번 도달했습니다.

참고: https://youtu.be/jd9Nz0Plgzk?si=83BMvHzZHQhDP6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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