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1,073명에게 2026년 가장 부담되는 비용을 물었더니 1위가 이자였습니다. 48.7%. 우리가 그렇게 원망했던 임대료는 4위였습니다. 저도 처음 이 숫자를 봤을 때 한참 멈췄습니다. 동대문시장 골목에서 직접 만난 30년 상인의 말이 겹쳐지면서, 무너지는 방향이 우리 생각과 얼마나 달랐는지 실감했습니다.

월세가 아니라 이자였습니다 — 진짜 범인을 찾아서
동대문시장에 직접 가본 건 지난 주말이었습니다. 평화시장 골목을 걸으면서 '임대문의'가 적힌 종이를 몇 장이나 셌는지 모르겠습니다. 문을 연 가게에서도 손님 대신 사장님 얼굴만 보였습니다. 30년 넘게 의류업을 해온 최모씨가 "관리비라도 벌려고 꾸역꾸역 나온다"고 했을 때, 저는 그게 그냥 푸념이 아니라는 걸 느꼈습니다.
그런데 현장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임대료가 오히려 내려가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디오트 상가의 한 임대인은 2018년에 월 500만 원 받던 점포를 지금은 50만 원에 내놓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래도 들어오는 사람이 없다고요. 월세를 10분의 1로 낮춰도 공실이 채워지지 않는다면, 월세가 문제의 핵심이 아니라는 뜻 아닐까요?
소상공인연합회 조사(출처: 소상공인연합회)에서 이자가 1위로 나온 게 저한테는 오히려 논리적으로 맞아 들어갔습니다. 구조는 이렇습니다. 손님이 끊기면 버텨야 하고, 버티려면 빌려야 합니다. 여기서 유동성 위기(Liquidity Crisis)가 시작됩니다. 유동성 위기란 당장 수중에 현금이 없어 운영을 지속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문제는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한 사장님들이 저축은행이나 대부업으로 밀려난다는 겁니다.
한국은행 금융안정 보고서에 따르면 자영업자의 대출 연체율(Delinquency Rate) — 즉 빌린 돈을 제때 갚지 못하는 비율 — 이 12.68%까지 올라와 있습니다. 열 곳 중 한 곳 이상이 이미 이자를 못 내고 있는 겁니다. 저는 이 숫자가 그냥 통계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제가 동대문에서 만난 상인 중에도 충분히 그 12%에 속할 분이 계셨을 테니까요.
그리고 정말 아찔한 대목이 있습니다. 같은 자영업자 대출인데 은행에서 빌린 돈의 연체율은 0.5%인 반면, 저축은행·대부업 대출은 3.9%입니다. 다중채무자 — 세 곳 이상에서 돈을 끌어다 쓴 사람 — 가 44만 명이고, 이들이 짊어진 빚이 130조 원입니다. 다중채무란 한 사람이 여러 금융기관에서 동시에 대출을 받은 상태를 말합니다. 장사가 힘들수록 금리가 높은 창구로 밀려나는 구조, 그게 진짜 범인이었습니다.
- 자영업자 최대 부담 비용 1위: 이자 (48.7%) — 소상공인연합회, 2026년 조사
- 자영업 대출 연체율: 12.68%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
- 은행 대출 연체율 0.5% vs 저축은행·대부업 3.9% — 창구에 따라 6배 이상 차이
- 3곳 이상 다중채무 자영업자: 44만 명, 총 130조 원
배달수수료와 구조적 문제 — 착취인가, 시장인가
저는 배달앱을 직접 이용하지 않습니다. 단순히 귀찮아서가 아니라, 수수료 구조를 들여다본 뒤로 왠지 불편해졌기 때문입니다. 서울시가 프랜차이즈 가맹점 매출을 분석했더니 전체 매출의 48.8%가 배달앱에서 나왔고, 그 배달 매출의 24%가 수수료로 빠져나갑니다. 2만 원짜리 치킨 한 마리를 팔면 4,800원이 앱으로 먼저 넘어가는 겁니다.
그런데 이게 왜 구조적 문제일까요? 배달앱 플랫폼 수수료 문제는 단순히 '비싸다'는 게 아닙니다. 매출의 절반이 앱에서 나오는 상황에서 배달을 끊으면 그게 곧 폐업 선고와 다를 바 없습니다. 선택지가 없는 의존 구조, 이게 핵심입니다. 올해 4월부터는 포장 주문에도 수수료가 붙기 시작했습니다. 손님이 직접 와서 가져가는 데도 수수료를 내야 하는 겁니다.
동대문 의류도매상 정모씨가 한 말이 여기에도 그대로 들어맞습니다. "요즘은 인터넷에서 다 사는데 누가 동대문까지 오겠느냐." 플랫폼 의존도(Platform Dependency)가 높아질수록 — 즉 판매 채널이 특정 플랫폼에 집중될수록 — 그 플랫폼의 수수료 정책이 곧 사업의 생사를 결정합니다. 제가 직접 현장을 돌면서 느낀 건, 사장님들이 플랫폼을 '도구'로 쓰는 게 아니라 플랫폼에 '고용된' 구조가 됐다는 점입니다.
그렇다면 진입장벽 문제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국회미래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인구 천 명당 음식점 수가 한국은 14.2개, 미국은 2.8개입니다(출처: 국회미래연구원). 의자가 3개인 방에 10명이 들어간 셈입니다. 미국에서 음식점 하나가 받는 손님을 우리는 다섯 곳이 나눠 갖는 거죠. 제 생각에 이건 개인의 실패가 아닙니다. 진입장벽이 낮으면 경쟁이 그만큼 치열해지고, 이익률은 떨어지고, 폐업률은 올라갑니다. 그 구조가 먼저 설계된 방 안에서 사장님들은 처음부터 불리한 게임을 하고 있었던 겁니다.
그리고 가게를 접는 데 드는 비용, 이게 정말 아무도 모르는 부분입니다. 권리금 회수율(들어갈 때 낸 평균 1,337만 원 중 나올 때 받는 금액)이 422만 원에 불과하고, 인테리어 철거·퇴직금·외상값까지 합하면 정리 비용만 1,000만 원이 넘습니다. 거기에 폐업 시점의 평균 부채가 8,531만 원. 합산하면 가게를 닫는 데 1억이 가까운 돈이 필요합니다. 닫을 돈이 없으니 못 닫는 겁니다. 불이 꺼지지 않는 가게가 잘되는 가게가 아닐 수 있다는 걸, 저는 이번에 처음으로 진지하게 생각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자영업자 폐업 비용이 정말 1억이나 드나요?
A. 중소벤처기업부 조사 기준으로 들어갈 때 권리금 1,337만 원을 내고 나올 때 422만 원밖에 못 받는 데다, 인테리어 철거·외상값·퇴직금 등 정리 비용이 1,000만 원 이상 나갑니다. 여기에 폐업 시점 평균 부채 8,531만 원이 그대로 남으니, 합산하면 1억 원 가까운 부담이 생깁니다. 셔터를 못 내리는 가게가 의지가 없는 게 아닌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Q. 배달앱 수수료는 정확히 얼마나 떼어가나요?
A. 서울시가 프랜차이즈 가맹점 매출을 분석한 결과, 배달 매출의 약 24%가 수수료로 빠져나갑니다. 2만 원짜리 치킨 한 마리를 팔면 4,800원이 앱으로 먼저 넘어가는 구조입니다. 하루 40마리만 팔아도 수수료만 한 달 576만 원이고, 2025년 4월부터는 포장 주문에도 수수료가 적용되기 시작했습니다.
Q. 지금 빚이 감당이 안 된다면 어떤 제도를 확인해야 하나요?
A. 세 가지를 먼저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 원금을 최대 80~90%까지 감면해 주는 새출발금융제도(2026년 12월 신청 마감), 폐업 후 생활 안정 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는 노란우산공제, 전기·가스·보험료·통신비까지 지원해 주는 소상공인 경영안정 바우처입니다. 특히 새출발금융제도는 기한이 정해져 있으니 미루지 않는 게 중요합니다.
Q. 동대문시장처럼 전통 상권은 왜 회복이 안 되는 건가요?
A. 소비 방식이 바뀐 게 가장 큰 원인입니다. 동대문에서 만난 의류 도매상은 "손님이 매장에서 옷을 구경하고 스마트폰으로 최저가 검색해서 인터넷에서 산다"고 했습니다. 오프라인 상권은 경험 공간이 되고 거래는 플랫폼으로 빠지는 구조인데, 임대료를 10분의 1로 낮춰도 공실이 채워지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결론
저는 이번에 동대문시장 골목을 걸으면서, 그리고 숫자들을 하나씩 들여다보면서 생각이 꽤 바뀌었습니다. 자영업자의 위기를 '개인의 무모한 창업'으로 단순하게 볼 수 없다는 겁니다. 이자라는 목줄, 배달수수료라는 중간착취 구조, 낮은 진입장벽이 만들어낸 과잉경쟁 — 이 세 가지가 동시에 조이고 있는 상황에서 살아남는 건 실력의 문제가 아닐 수 있습니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건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자가 한 달 영업이익을 넘는지, 대출이 세 곳 이상인지, 그중 비은행권이 포함돼 있는지. 두 가지 이상 해당된다면 새출발금융제도부터 찾아보시는 게 맞습니다. 밤늦게까지 켜진 가게의 불이 잘돼서 켜진 건지, 끌 돈이 없어서 못 끄는 건지 — 이제 저는 그 불을 조금 다른 눈으로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