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걀 흰자를 분리해 캡슐에 넣은 뒤 '알부민 영양제'라는 이름으로 팔면, 몇십만 원짜리 제품이 됩니다. 이 사실을 처음 들었을 때 저는 솔직히 황당함보다 무서움이 먼저 왔습니다. 문제는 이게 단순한 과장 광고가 아니라, 과학적으로 효능이 검증되지 않은 성분이 '건강'이라는 이름 아래 아무런 제재 없이 팔리고 있다는 구조 자체였습니다.

먹어도 흡수 안 되는 알부민, 그래도 팔리는 이유
알부민(Albumin)은 혈액 속에서 삼투압을 유지하고, 지방산과 호르몬, 약물 등을 온몸으로 운반하는 단백질입니다. 병원에서 간경변이나 중증 패혈증 환자에게 정맥주사로 투여하는 의약품이기도 합니다. 여기서 핵심은 '정맥주사'라는 단어입니다. 알부민은 주사로 혈액에 직접 넣었을 때 그대로 기능합니다. 입으로 먹으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소화 과정에서 단백질은 아미노산 단위로 분해됩니다. 달걀 흰자에서 추출했든, 몇십만 원짜리 캡슐이든, 먹는 알부민은 위장을 거치는 순간 이미 알부민이 아닙니다. 아미노산으로 쪼개져서 흡수되고, 일부는 체내에서 다시 알부민으로 재합성되기도 하지만, 그 비율은 미미합니다. 달걀 두 개를 삶아 먹는 것과 생물학적으로 거의 동일한 결과를 냅니다. 제가 직접 확인해봤더니 시중에 유통되는 알부민 제품 대부분의 원재료명 뒷면에 '난백 알부민'이라고 작은 글씨로 표기되어 있었습니다. 달걀 흰자를 가리키는 용어입니다.
대한의사협회는 먹는 알부민에 대해 "피로 개선이나 면역력 증진 효과가 있다는 임상적 근거가 없으며, 식품을 마치 특별한 치료 효과가 있는 것처럼 홍보하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공식 경고한 바 있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과장 광고로 지적하고 있지만, 해당 제품들은 여전히 건강기능식품이 아닌 일반 식품으로 분류되어 유통됩니다. 건강기능식품(Health Functional Food)이란 식약처가 기능성 원료로 인정하고 고시한 성분을 담아 제조·판매하는 제품을 말합니다. 알부민은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일반 식품으로만 팔립니다. 그런데도 광고에서는 '면역력 강화', '간 수치 개선' 같은 문구가 버젓이 등장합니다.
제가 보기엔 이게 가능한 이유는 하나입니다. 효능에 대한 불안을 파는 것이 제품을 파는 것보다 훨씬 쉽기 때문입니다. 연예인이 파우더를 타 마시는 영상 하나가 수십 편의 논문보다 더 강력한 구매 동기가 됩니다. 알부민은 이 공식의 가장 전형적인 피해 사례입니다.
- 알부민은 경구 섭취 시 소화 과정에서 아미노산으로 분해되어 알부민 기능을 유지하지 못함
- 시중 알부민 제품의 원료는 대부분 달걀 흰자(난백 알부민)로, 달걀 섭취와 효과 차이 없음
- 국내에서 건강기능식품이 아닌 일반 식품으로 분류되어 기능성 심사를 받지 않음
- 대한의사협회가 공식적으로 임상 근거 없음을 명시하고 과장 광고로 규정
비만치료제 특허와 가격, 그리고 '약 같은 영양제'의 시대
위고비, 마운자로라는 이름을 요즘 주변에서 자주 듣습니다. 저도 주변에서 두 달 맞았더니 얼굴이 달라졌다는 말을 직접 들었습니다. 이 약들은 GLP-1 수용체 작용제(GLP-1 Receptor Agonist)입니다. GLP-1이란 음식을 먹으면 소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식욕을 억제하는 역할을 합니다. 비만 치료제는 이 호르몬을 모방한 물질을 약으로 만든 것입니다.
약효는 분명합니다. 임상 데이터 기준으로 10명 중 9명에서 체중 감소 효과가 확인됩니다. 살이 빠지면서 심혈관 위험 지표, 염증 수치, 혈당 조절 능력이 함께 개선됩니다. 오젝픽 글로우(Ozempic Glow)라는 표현도 있는데, 이 약을 쓰고 나서 피부 톤이 밝아지고 염증성 피부 질환이 호전되었다는 보고들이 쌓이면서 생긴 비공식 용어입니다. 염증이 전반적으로 낮아지는 효과와 연결됩니다.
그런데 이 약이 왜 아직도 비쌀까요. 핵심은 특허입니다. 위고비를 만드는 노보 노디스크 기준으로 인도와 중국에서는 이미 2026년 3월 특허가 만료됐습니다. 인도에서는 오리지널 제품 대비 80~90% 저렴한 제네릭 의약품(Generic Drug, 특허 만료 후 동일 성분으로 생산된 복제약)이 출시됐거나 출시 예정입니다. 사전 출판 단계의 논문 중에는 향후 주사제 연간 비용이 25~125달러 수준까지 내려갈 수 있다는 추산도 나옵니다. 제가 직접 살펴봤더니 국내는 2026년 예정이었던 특허 만료가 제약사의 서류 제출로 약 2년 연장된 상태입니다.
이 흐름이 흥미로운 이유는 방향이 역전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원래 치료제로 승인된 약이 점점 '영양제처럼'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고, 반대로 영양제는 약의 영역을 노리며 마케팅합니다. 미국예방서비스특별위원회(USPSTF)는 일반 성인이 비타민·미네랄 보충제를 복용해 심혈관질환이나 암을 예방한다는 근거는 충분하지 않다고 평가했습니다(출처: USPSTF). 반면 2017년 국제 역학 저널에 발표된 약 200만 명 규모의 메타분석에서는 과일과 채소를 하루 약 800g 섭취한 집단에서 조기 사망과 심혈관질환 위험이 유의미하게 낮았다고 보고했습니다(출처: International Journal of Epidemiology). 영양제 한 알이 아닌, 진짜 음식이 훨씬 강력한 증거를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비만치료제가 효과적이라는 사실과, 영양제 중 상당수가 효과가 없다는 사실은 동시에 성립합니다. 제가 보기엔 지금은 두 가지를 분리해서 읽어야 하는 시대입니다. 약은 약으로 평가받고, 영양제는 영양제로 평가받아야 합니다. 그 경계를 흐리는 마케팅에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 것이 현실적인 출발점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먹는 알부민이 정말 효과가 없나요? 비싼 제품은 다르지 않을까요?
A. 가격과 무관하게 경구 알부민 제품은 소화 과정에서 아미노산으로 분해됩니다. 비싼 제품도 원료는 대부분 달걀 흰자(난백 알부민)입니다. 알부민이 혈중에서 기능하려면 정맥주사로 직접 투여해야 하며, 이는 병원에서 의학적 필요가 있을 때만 이루어집니다. 대한의사협회도 임상적 근거가 없다고 명시했습니다.
Q. 위고비나 마운자로를 끊으면 살이 다시 찌나요?
A. 투약 중단 후 요요 가능성은 있습니다. 다만 최근 연구에서 약을 끊고 1년 후에도 감량 체중의 약 25%는 유지된다는 결과가 있습니다. 요요를 줄이려면 복용 기간 중 저항성 운동(근력 운동)과 식단 습관을 함께 형성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약만 맞고 생활습관 변화 없이 끊으면 체중이 상당 부분 돌아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Q. 위고비 가격은 앞으로 얼마나 내려가나요?
A. 인도에서는 이미 특허 만료 후 원가 대비 80~90% 낮은 제품이 나왔습니다. 사전 출판 논문 기준으로 향후 주사제 연간 비용이 25~125달러 수준까지 내려갈 수 있다는 추산도 있습니다. 국내는 제약사의 서류 제출로 특허 만료가 약 2년 연장된 상태여서, 가격 인하까지는 조금 더 기다려야 합니다.
Q. 건강기능식품과 일반 식품은 어떻게 다른가요?
A. 건강기능식품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기능성 원료로 인정한 성분을 담아 제조하고, 기능성 표시를 허가받은 제품입니다. 일반 식품은 이 심사를 거치지 않아 기능성 효과를 표방할 수 없습니다. 먹는 알부민은 일반 식품이지만 광고에서 면역력 개선, 피로 회복 같은 표현을 쓰는 경우가 많아 소비자가 헷갈리기 쉽습니다.
Q. 영양제를 아예 안 먹는 것이 맞나요?
A. 결핍이 명확한 경우, 예를 들어 비타민D 수치가 낮거나 채식주의로 B12가 부족한 상황이라면 영양제는 유효합니다. 문제는 결핍도 없는 상태에서 예방 목적으로 다량 복용할 때입니다. 미국예방서비스특별위원회(USPSTF)는 일반 성인이 비타민·미네랄 보충제로 심혈관질환과 암을 예방한다는 충분한 근거가 없다고 평가했습니다. 음식으로 섭취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결론
제가 이 주제를 정리하면서 가장 강하게 남은 인상은, 영양제 시장이 '불안'을 판다는 것입니다. 효능이 불분명한 제품이 수십만 원에 팔리고, 연예인이 마시는 영상 하나가 수천 편의 논문보다 강력한 설득력을 가집니다. 반면 과일과 채소를 충분히 먹고, 적당히 운동하고, 수면을 지키라는 뻔한 말은 아무도 돈을 쓰지 않습니다.
파이토케미컬(Phytochemical, 식물성 생리활성물질)처럼 채소와 과일에 담긴 수천 종의 성분은 어떤 캡슐로도 복제되지 않습니다. 이 사실은 이미 과학적으로 거듭 확인됐습니다. 알부민 영양제를 끊고, 비만치료제의 특허 구조를 이해하고, 건강기능식품과 일반 식품의 차이를 구별하는 것만으로도 불필요한 지출을 상당히 줄일 수 있습니다. 저는 그 절약한 돈으로 좋은 식재료를 사는 쪽이 훨씬 현명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