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스웨덴을 '완성된 나라'라고 생각했습니다. 복지, 치안, 인권 — 세 가지를 동시에 잡은 나라라고요. 그런데 한 정치인의 여섯 글자짜리 연설 한 마디가 그 나라를 어떻게 바꿔놨는지 들여다보고 나서, 제가 갖고 있던 믿음이 상당 부분 틀렸다는 걸 인정해야 했습니다. 스웨덴이 유럽에서 인구 대비 총기 사망률이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가 됐다는 사실, 알고 계셨습니까.

라인펠트의 선택 — 선의는 있었지만 책임이 빠졌다
일반적으로 프레드릭 라인펠트는 '스웨덴 경제를 살린 개혁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로 그 평가가 완전히 틀리지는 않습니다. 2006년 총리에 오른 그는 '워크 퍼스트(Work First)' 원칙, 즉 일하는 사람이 일하지 않는 사람보다 무조건 유리한 구조를 만들겠다는 철학으로 30만 개 이상의 일자리를 새로 만들어냈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유럽 국가들이 줄줄이 국가부채로 신음할 때, 스웨덴만 유일하게 부채를 줄였다는 것도 사실입니다(출처: Eurostat).
그런데 제가 이 부분을 들여다보면서 다르게 느낀 게 있었습니다. 그 성공이 오히려 라인펠트에게 지나친 자신감을 심어줬던 건 아닐까 하는 겁니다. 2014년 여름, 스톡홀름 노르말름스토리 광장에서 그가 던진 말 — "마음을 여세요(Öppna era hjärtan)" — 은 분명 인도주의적 울림이 있는 호소였습니다. 시리아 내전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에 대한 진심 어린 연민이기도 했을 겁니다.
그러나 제가 경험상 느끼는 건, 선한 의도와 실행 능력은 별개라는 사실입니다. 라인펠트는 그날 연설에서 "이 수용은 재정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스스로 말했습니다. 비용은 알고 있었던 겁니다. 그런데도 그 비용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두 달 뒤 선거에서 패배한 그는 정치판을 떠났고, 뒷수습은 통째로 후임 정부와 국민들에게 넘겨졌습니다.
2015년 한 해에만 16만3천 명이 스웨덴으로 유입됐습니다. 인구 천만 명 나라에 단 한 해에 쏟아진 숫자입니다. 사회통합(Social Integration) — 이민자가 새로운 사회에 언어·문화·경제적으로 녹아드는 과정 — 은 몇 달 만에 되는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그 속도를 감당할 인프라가 스웨덴에 없었습니다. 스웨덴어를 모르는 사람들이 취업도, 병원 예약도, 세금 신고도 혼자 처리할 수 없는 나라에서 수년이 지나도 취업률은 오르지 않았고, 이민자 실업률은 원주민의 몇 배에 달했습니다.
- 2015년 스웨덴 난민 유입: 16만3천 명 — 유럽 인구 대비 최고 수준
- 라인펠트 임기 중 생성된 일자리: 30만 개 이상
-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유럽 국가 중 유일하게 국가부채 감소
- 사회통합 실패로 이민자 밀집 지역(평행 사회) 형성 — 스톡홀름 링비, 말뫼 로센고르드 등
갱단범죄의 구조 — 소외와 분노가 총이 됐다
일반적으로 이민자 범죄 문제는 '이민자가 나쁜 사람들이어서'라는 식으로 단순하게 설명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이 문제를 들여다보면서 느낀 건 그것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진짜 문제는 이민자 1세대가 아니라 2세대, 즉 스웨덴에서 태어났거나 어릴 때 건너온 아이들이었습니다.
이 아이들은 학교에서 스웨덴어로 교육을 받았지만, 집에 돌아오면 부모와 모국어로 대화했습니다. 학교 성적은 뒤처졌고, 취업 시장에서도 주류 스웨덴 사회에 낄 자리를 찾지 못했습니다. 이 구조적 소외감이 갱단 조직(Criminal Gang Network)으로 향하는 통로가 됐습니다. 갱단이 이 아이들에게 건넨 말은 단순했습니다. "여기선 네가 인정받는다. 돈도 준다."
폭스트롯, 룸바 같은 이름의 갱단들이 스웨덴 주요 도시를 나눠 지배하기 시작했고, 그 조직들은 미성년자를 청부 범죄에 동원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형사 미성년자(만 15세 미만)는 스웨덴 법상 처벌할 수 없다는 허점을 정확히 파고든 겁니다. 14살, 심지어 11살 아이가 중대 범죄 용의자로 경찰에 잡히는 일이 실제로 벌어졌습니다(출처: 스웨덴 범죄예방위원회(Brå)).
제 경험상 이런 사태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평행 사회(Parallel Society) — 같은 국가 안에 언어·문화·경제가 단절된 두 개의 사회가 병존하는 상태 — 가 10년 넘게 묵묵히 쌓인 결과입니다. 쉽게 말해 같은 도시에 살면서도 서로를 모르는 두 집단이 생긴 겁니다. 2023년 한 해 동안 스웨덴에서 발생한 폭발 사건은 149건, 총기 사망자는 62명에 달했습니다. 이 숫자는 제가 처음 봤을 때 솔직히 믿기지 않았습니다. 스웨덴 사법장관이 공식 석상에서 "이건 국내 테러"라는 말을 직접 했을 정도였으니까요.
2022년 총선에서 강경 반이민 노선의 스웨덴민주당이 20% 이상의 득표율로 제2정당에 오른 것도 이 맥락에서 읽혀야 합니다. 국민들은 더 이상 이 상황을 인도주의적 선의로 덮어둘 수 없다고 판단한 겁니다. 결국 2022년 10월 티되 합의(Tidö Agreement)를 통해 연간 난민 수용 인원을 기존 5,000명에서 900명으로 대폭 줄이고, 국경 통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완전히 뒤집혔습니다. 문 하나를 열고 닫는 데 8년이 걸렸고, 그 대가는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스웨덴이 유럽에서 총기 범죄가 가장 심한 나라가 된 게 사실인가요?
A. 일반적으로 스웨덴은 여전히 안전한 나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지만, 제가 확인한 수치로는 다릅니다. 유럽 내 인구 대비 총기 관련 사망률에서 스웨덴은 최상위권에 해당하며, 스웨덴 범죄예방위원회(Brå) 통계상 2023년 총기 사망자가 62명에 달했습니다. 2010년대 초반과 비교하면 수배 이상 증가한 수치입니다.
Q. 라인펠트의 이민 정책이 스웨덴 범죄 증가의 직접적 원인인가요?
A. 라인펠트의 연설 한 마디가 직접 범죄를 만든 건 아닙니다. 정확히는 대규모 수용 결정 이후 사회통합 시스템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 평행 사회가 형성됐고, 그 안에서 자란 2세대 청소년들이 갱단으로 흡수된 구조입니다. 원인과 결과 사이에 10년 이상의 시차가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인과 관계로만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Q. 티되 합의 이후 스웨덴 상황이 나아지고 있나요?
A. 2022년 티되 합의 이후 스웨덴은 난민 수용 인원을 대폭 줄이고 국경 통제를 강화했습니다. 정책 방향이 바뀐 것은 맞지만, 이미 형성된 평행 사회와 갱단 조직이 단기간에 해체되기는 어렵습니다. 문을 닫는 것보다 이미 들어온 구조를 해체하는 데 몇 배의 시간이 걸린다는 게 제가 이 사안을 보면서 내린 판단입니다.
Q. 한국도 스웨덴처럼 될 수 있나요?
A. 한국은 스웨덴과 이민 유입 규모나 사회 구조가 다르지만, 후발주자의 이점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걱정이 됩니다. 선행 사례가 있음에도 포퓰리즘성 정책을 반복하거나, 언론이 관련 사실을 제대로 전달하지 않는 구조가 지속된다면 같은 경로를 밟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습니다.
결론
제가 이 이야기를 정리하면서 가장 크게 남은 생각은 하나입니다. 선한 의도에는 반드시 실행 책임이 따라야 한다는 것입니다. 라인펠트가 나쁜 사람이었던 게 아닙니다. 오히려 용기 있는 발언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 발언의 결과를 끝까지 책임지지 않은 채 뉴욕과 다보스 강연 무대를 오가는 동안, 스웨덴의 평범한 시민들은 응급실에서 6시간을 기다리고 밤마다 폭발음을 들으며 살아야 했습니다.
우리나라도 같은 질문 앞에 서 있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간 나라의 실패를 보고 배우는 것, 그게 후발주자의 진짜 이점입니다. 그 이점을 살리지 못하고 '오늘만 좋으면 되는' 식의 정책을 반복한다면, 스웨덴의 풍경이 강 건너 남의 일로만 머물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