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술 한 잔에 기분이 풀리는 건 도파민(dopamine) 덕분이라고만 알고 있었는데, 알코올이 분해되는 과정에서 오히려 더 독한 물질이 생긴다는 걸 제대로 들여다본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스트레스받을 때마다 습관처럼 손이 가던 소주 한 잔이 뇌를 실제로 쪼그라들게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 제가 술을 대하는 방식이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알코올 대사: 술이 몸에서 분해되는 방식
제가 처음 알코올 대사 과정을 제대로 공부했을 때 가장 놀랐던 건 "분해가 빠를수록 좋은 게 아니다"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술이 몸에 들어오면 ADH(알코올 탈수소효소)라는 효소가 가장 먼저 작동합니다. 여기서 ADH란 알코올을 1차적으로 분해하는 효소로, 간에 특히 많이 분포해 있습니다. 한국인과 일본인은 이 효소의 활성형인 ADH1B*2 유전형을 가진 비율이 높아서, 알코올을 아세트알데히드로 굉장히 빠르게 전환시킵니다.
문제는 바로 이 아세트알데히드(acetaldehyde)입니다. 아세트알데히드란 알코올이 1차 분해된 뒤 생기는 중간 대사물질로, 알코올보다 훨씬 강한 독성을 지닌 발암 물질입니다. 2011년 《네이처(Nature)》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이 물질은 식도암 발생률을 유의미하게 높입니다(출처: Nature Genetics, 2011).
아세트알데히드를 다시 분해하는 건 ALDH2(알데히드 탈수소효소 2)라는 효소인데, 이 효소에 변이가 있는 분들이 술을 마시면 얼굴이 새빨개지고 구역질이 나는 이른바 아시안 플러시(Asian flush) 반응을 보입니다. 아시안 플러시란 아세트알데히드가 빠르게 쌓이면서 나타나는 혈관 확장 반응으로, 전체 한국인 중 약 10~20%가 이 반응을 경험합니다.
제 주변에도 술 한 잔에 귀까지 빨개지는 분이 계신데, 그분이 오히려 술을 안 드시니 역설적으로 더 현명한 선택을 하고 계신 셈입니다. 반대로 술이 잘 받는다는 건 ADH와 ALDH2가 모두 빠르게 작동한다는 뜻인데, 이 경우 더 많이 마시게 되어 간경변이나 식도암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실제로 더 많다고 합니다. 두주불사로 알려진 분들이 간암이나 식도암으로 먼저 세상을 떠나는 경우가 적지 않은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또한 여성은 남성에 비해 체내 수분 비율이 낮고, 간 크기도 작으며, 위와 식도에 존재하는 ADH7 효소 활성도 남성의 약 70% 수준에 불과합니다. 이런 구조적 차이 때문에 동일한 양의 술을 마셔도 여성이 훨씬 빠르게 영향을 받습니다. 술에 있어 남녀 평등이 적용되지 않는 영역이 분명히 있다는 걸, 제가 이 내용을 정리하면서 다시 한번 실감했습니다.
- ADH1B*2 유전형: 알코올을 빠르게 분해하지만, 독성 물질인 아세트알데히드를 빠르게 축적시킴
- ALDH2 변이: 아세트알데히드 분해 능력이 낮아 아시안 플러시 반응 유발, 식도암 위험 상승
- 여성: 체수분·간 크기·ADH7 효소 모두 남성보다 낮아 같은 양에도 더 큰 영향
- 공복 음주: 위·식도의 ADH7 효소가 작동할 시간 없이 알코올이 빠르게 흡수됨
뇌 위축과 음주 습관: 제가 술을 줄인 진짜 이유
솔직히 간경변 이야기는 "나는 그 정도는 아니겠지"라고 흘려들을 수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뇌 위축 이야기는 달랐습니다. 제가 직접 들었을 때 등줄기가 서늘해졌습니다.
만성적인 음주를 지속하면 뇌 용적 자체가 줄어듭니다. 법의학 부검 현장에서는 두개골을 열었을 때 뇌가 기대치보다 현저히 작아져 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뇌 위축이 나타나는 원인이 고령과 만성 알코올 장애 두 가지라고 합니다. 뇌 위축이란 뇌 신경세포(뉴런)의 수가 줄고 뇌 회색질이 얇아지면서 전체 뇌 부피가 감소하는 현상입니다. 이 상태에서는 뇌척수액이 빠져나간 자리를 채우기 때문에, 두개골을 열면 물이 쏟아져 나오는 광경이 연출됩니다.
더 심각한 건 경막하 출혈(subdural hemorrhage) 위험입니다. 경막하 출혈이란 두개골 안쪽의 경막과 그 아래 지주막 사이 공간에 혈액이 고이는 상태입니다. 뇌가 줄어들면 뇌와 경막을 연결하는 가교 정맥(bridging vein)이 팽팽하게 당겨지고, 외부 충격 없이도 머리를 조금만 흔들거나 넘어지는 것만으로 혈관이 찢어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40대 여성이 고스톱을 치다가 머리를 흔드는 것만으로 뇌출혈로 사망한 사례가 있다고 하는데, 이 이야기를 읽고 제가 한동안 멍하게 있었습니다.
거기에 더해 장기 음주는 비타민 B1 결핍을 일으켜 베르니케-코르사코프 증후군(Wernicke-Korsakoff syndrome)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베르니케-코르사코프 증후군이란 알코올 남용으로 인한 티아민(비타민 B1) 부족이 뇌를 손상시켜 기억력 저하, 혼란, 보행 장애 등을 일으키는 신경계 질환으로, 일반적인 치매와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증상이 겹칩니다.
간 쪽 이야기도 빠뜨릴 수 없습니다. 간경변(liver cirrhosis)이 진행되면 간에서 알부민 같은 혈장 단백질을 못 만들게 되고, 삼투압이 무너지면서 복수가 찹니다. 제가 경험으로 알게 된 건 이게 단순히 배가 부른 수준이 아니라, 혈액량(약 5L)과 맞먹는 양의 물이 복강 안에 차오른다는 사실입니다. 거기에 식도 정맥류가 터지면 피를 쏟아내는 상황이 이어지고, 이를 막을 응고 단백질마저 간이 못 만드니 지혈도 되지 않습니다. 미국 국립알코올연구원(NIAAA)은 최근 정책 기조를 바꿔 "한 잔의 술도 마시지 말라"고 권고하고 있습니다(출처: 미국 국립알코올남용 및 알코올중독연구원(NIAAA)).
제 경험상, 술을 완전히 끊기 어렵다면 적어도 이 메커니즘을 한 번 제대로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손에 쥐는 잔의 횟수가 달라집니다. 저는 그 이후로 회식 자리에서 두 잔이 넘으면 조용히 음료수로 바꿉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술을 마시면 얼굴이 빨개지는 사람이 더 취한 건가요?
A. 꼭 그런 건 아닙니다. 아시안 플러시 반응은 ALDH2 효소 변이로 아세트알데히드가 쌓이면서 생기는 혈관 확장 반응입니다. 알코올 자체보다 독성이 강한 아세트알데히드가 빠르게 축적되는 상태이므로, 겉으로 취해 보이지 않아도 몸 안에서는 더 심한 독성 자극이 일어나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이런 분들일수록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 맞습니다.
Q. 술을 많이 마시면 뇌가 정말 작아지나요?
A. 네, 실제로 그렇습니다. 만성적인 음주는 뇌 신경세포(뉴런) 수를 줄이고 뇌 회색질을 얇아지게 하는 뇌 위축을 일으킵니다. 법의학 부검에서도 만성 알코올 장애가 있는 분들의 뇌는 동일 연령대 평균보다 용적이 현저히 작게 나타나는 경우가 보고됩니다. 뇌 위축이 진행되면 인지 기능 저하와 알코올성 치매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Q. 여자가 남자보다 술에 더 약한 게 체중 차이 때문인가요?
A. 체중도 관련 있지만, 그것만이 이유는 아닙니다. 여성은 체내 수분 비율이 낮고, 간 크기가 작으며, 위와 식도에 있는 알코올 분해 효소인 ADH7의 활성도가 남성의 약 70% 수준에 그칩니다. 체중이 같더라도 이 세 가지 구조적 차이로 인해 여성이 동일한 양의 음주에 더 빠르게 영향을 받는 것은 생물학적으로 명확한 사실입니다.
Q. 숙취가 심한 게 술이 강한 사람인가요, 약한 사람인가요?
A. 숙취는 아세트알데히드가 체내에 오래 남아 있을수록 심하게 나타납니다. ALDH2 효소 활성이 낮아 아세트알데히드 분해가 느린 분들이 다음날 두통, 근육통, 구역질을 더 심하게 경험합니다. 숙취가 심하다는 건 독성 물질이 오래 머무른다는 신호이므로, 술에 약하다는 표현보다는 몸이 위험 신호를 정직하게 보내고 있다고 이해하는 편이 맞습니다.
결론
제가 이 내용을 정리하고 나서 가장 먼저 한 일은 냉장고 안의 맥주 캔 수를 줄인 것이었습니다. 거창한 결심이 아니라, 그냥 손이 덜 닿는 자리로 옮겼습니다. 알코올 대사 과정과 뇌 위축의 실제 메커니즘을 한 번이라도 제대로 이해하고 나면, 술에 손이 가는 빈도가 자연스럽게 달라집니다.
완전히 끊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이라는 건 데이터가 명확히 말해 줍니다. 그게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적어도 공복 음주는 피하고, 아시안 플러시 반응이 있다면 한 잔도 마시지 않는 쪽이 맞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술을 잘 받는다는 게 건강하다는 신호가 아니라는 걸 기억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