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뇌졸중이 '고령층의 병'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10년 전, 마른 체격에 특별히 건강 문제도 없어 보이던 외삼촌이 갑자기 쓰러졌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고혈압 하나뿐이었는데도요. 그때 처음으로 뇌졸중이 얼마나 예고 없이, 얼마나 빠르게 찾아오는지를 몸으로 이해했습니다. 국내에서만 매년 약 11만 명이 발생하고, 전 세계 성인 장애 1위 원인이라는 수치가 결코 남의 일이 아니었습니다.

 

뇌졸증

뇌졸중 위험인자, '나는 해당 없다'는 착각이 가장 위험합니다

외삼촌이 쓰러졌을 때 주변 반응은 대부분 "왜?"였습니다. 비만도 아니고, 술·담배도 거의 안 하셨거든요. 그런데 고혈압이 있었습니다. 그 하나로 이미 뇌졸중 위험군, 즉 전문적으로는 '1단계'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가족 누구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던 겁니다.

뇌졸중을 일으키는 주요 위험인자는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음주, 흡연, 비만, 심방세동 이 일곱 가지입니다. 이 중 단 하나라도 해당된다면 이미 0단계(위험 없음)가 아닙니다. 저도 외삼촌 사건 이후 처음으로 제 혈압을 제대로 측정해봤는데, 이전까지 한 번도 내 일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는 걸 그때 깨달았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은 모두 '자각 증상이 없는 질환'입니다. 자각 증상이란 본인이 스스로 느끼는 신체 이상 신호를 말하는데, 혈압이 170~180까지 올라도, 혈당이 비정상 범위에 들어도, 콜레스테롤이 기준치를 훌쩍 넘어도 아무것도 느끼지 못합니다. 드라마에서 뒷목을 잡으며 "혈압이 오르나봐" 하는 장면은 의학적으로는 완전히 틀린 연출입니다. 몸이 괜찮다는 느낌은 아무런 근거가 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당뇨 수치를 확인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당화혈색소(HbA1c) 검사입니다. 당화혈색소란 최근 2~3개월간의 평균 혈당 수준을 반영하는 수치로, 공복 여부와 관계없이 측정할 수 있어 1년에 한 번 건강검진 때 확인하면 충분합니다. 기준은 6.0% 이하가 정상, 6.5% 이상이면 당뇨입니다. 숫자 하나로 판단이 가능한, 사실 꽤 단순한 검사입니다.

  •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은 자각 증상 없음 — 측정 없이는 절대 알 수 없음
  • 7가지 위험인자 중 하나라도 해당되면 1단계 위험군
  • 당화혈색소 6.5% 이상 = 당뇨 확정, 연 1회 검사로 확인 가능
  • 20대라도 위험인자가 겹치면 뇌졸중 발생 가능 — 실제 20대 후반 환자 사례 존재
요약: 뇌졸중 위험인자 7가지 중 하나만 있어도 위험군이며, 고혈압·당뇨·고지혈증은 자각 증상이 없으므로 주기적 측정만이 유일한 확인 방법입니다.

 

동맥경화가 쌓이면 '장전 완료' 상태가 됩니다

외삼촌 사례를 돌아보면서 제가 가장 무서웠던 건 따로 있었습니다. 고혈압이 수년간 지속되면서 혈관 안에서 조용히 무언가가 자라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그게 바로 동맥경화증입니다.

동맥경화증이란 혈관 벽 안쪽에 생기는 일종의 깊은 흉터입니다. 고혈압이 혈관 벽을 반복적으로 자극하고, 그 상처 안으로 콜레스테롤이 파고들면서 핵심을 형성하고, 당뇨가 염증 반응을 증폭시키는 방식으로 만들어집니다. 문제는 이 흉터가 한번 생기면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줄어드는 게 아니라 커질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어느 날 이 흉터 안쪽의 물렁한 콜레스테롤 덩어리가 터지면, 혈소판이 출혈로 착각해 해당 부위를 막아버립니다. 혈전(피떡)이 만들어지고, 혈관이 막히면서 그날 비로소 뇌졸중이 발생합니다. 수년, 혹은 수십 년에 걸쳐 쌓인 결과가 '어느 날 갑자기'처럼 보이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또 하나 조용한 위험이 있습니다. 동맥류(동맥꽈리)입니다. 동맥류란 혈관 벽이 바깥쪽으로 부풀어 오른 상태를 말하는데, 터지는 순간 사망률이 50%에 달하고, 발생 직후 병원에 사망 상태로 이송되는 경우가 약 20%에 이릅니다. 평소에는 아무런 증상이 없어 스스로 알아차리기가 거의 불가능합니다.

다행히 현재는 MRI·MRA(자기공명혈관조영술) 검사로 동맥류와 동맥경화 상태를 모두 확인할 수 있습니다. MRA란 조영제 없이 혈관 구조를 영상으로 보는 검사로, 동맥류가 있다면 화면에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미리 발견하면 시술로 막는 것도 가능합니다. 심방세동(부정맥의 일종으로 심방이 불규칙하게 수축하는 상태)은 스마트워치의 심전도 기능으로도 1차 체크가 가능하다는 점도 알아두시면 좋습니다. 실제로 심방세동 감지가 스마트워치의 가장 중요한 의료 기능 중 하나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출처: American Heart Association).

요약: 동맥경화증과 동맥류는 증상 없이 진행되다 한순간에 터지는 구조이며, MRI·MRA와 경동맥 초음파로 사전에 확인하고 막을 수 있습니다.

 

FAST 대처법, 외삼촌 곁에 있던 그 분이 알고 있었습니다

외삼촌이 쓰러졌을 때 옆에 있던 분이 즉시 심폐소생술을 시행하고 119를 불렀습니다. 제가 나중에 들은 말로는 응급조치가 없었다면 식물인간이 될 수도 있었다고 했습니다. 그 말을 듣고 제가 얼마나 당황했는지 모릅니다. 한 사람의 순발력이 다른 사람의 인생 전체를 바꾼 것이었으니까요.

뇌졸중 발생 시 대응 기준으로 미국에서 만든 캠페인이 있습니다. 바로 FAST입니다. FAST란 Face(얼굴 한쪽 마비), Arm(팔 한쪽 힘 빠짐), Speech(말이 어눌해짐), Time(즉시 119 신고)의 앞 글자를 딴 약어로, 뇌졸중 의심 증상을 빠르게 판단하는 지침입니다. 핵심은 '갑자기'입니다. 밥 먹다가 갑자기 숟가락을 떨어뜨리거나, 말이 갑자기 어눌해지거나, 한쪽 팔이 갑자기 말을 안 듣는다면 즉시 119를 불러야 합니다.

제가 경험으로 덧붙이고 싶은 부분이 있습니다. 뇌졸중 환자에게 절대 하면 안 되는 행동들입니다. 물을 먹이는 행위가 대표적입니다. 뇌졸중이 발생하면 삼키는 기능이 저하될 수 있어, 물이 기도로 넘어가면 집에서 흡인성 폐렴 합병증을 만들어 오는 결과가 됩니다. 손발을 따는 행위도 실질적 의미가 없습니다. 문제는 뇌혈관이 막힌 것인데, 말초 혈액 순환을 자극하는 건 오히려 뇌로 가야 할 혈액을 분산시킬 수 있습니다. 우황청심원도 혈압을 떨어뜨려 뇌 보호 효과를 감소시킬 수 있으므로 피하는 편이 낫습니다.

의식이 있다면 편평한 곳에 눕히고 119를 기다리면 됩니다. 국내 평균 구급대 도착 시간은 5.4분입니다. 그 시간 동안 섣불리 뭔가를 하려는 시도가 오히려 위험을 키울 수 있습니다(출처: 질병관리청).

요약: FAST 기준으로 뇌졸중 증상을 빠르게 판단하고 즉시 119를 신고하는 것이 최선이며, 물 먹이기·손발 따기·우황청심원 투여는 오히려 위험합니다.

 

외삼촌이 회복된 이유, 결국 운동과 혈압 관리였습니다

외삼촌은 수술 후 한쪽에 마비 증상이 남았지만 목숨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재활 치료가 시작됐습니다. 솔직히 제가 직접 본 재활 과정은 정말 힘들어 보였습니다. 그런데 외삼촌은 포기하지 않으셨습니다. 지금도 매일 헬스와 걷기 운동을 생활처럼 하고 계십니다. 말과 행동이 아주 약간 부자연스럽긴 하지만, 처음 수술을 받은 직후와 비교하면 거의 다른 분처럼 회복하셨습니다.

뇌졸중 이후 운동이 왜 그렇게 중요한지는, 외삼촌을 보면서 제가 경험으로 이해하게 됐습니다. 혈관 건강을 위해 권장되는 운동 수준은 체중을 유지하면서 하루 약 7,000보 걷기입니다. 격렬한 운동이 아니라 꾸준한 움직임이 핵심이라는 뜻입니다. 특히 고혈압 환자라면 이게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혈압약에 대한 이야기도 빠질 수 없습니다. 뇌혈관은 신체 장기 중 가장 약한 혈관 벽을 가지고 있어, 지속적인 고혈압에 가장 빠르게 손상됩니다. 혈압약은 '평생 먹어야 하냐'의 문제가 아니라 '정상 혈압 상태를 얼마나 오래 유지하느냐'의 문제입니다. 기질적 고혈압이란 혈관이 이미 경화된 상태로 구조적 변화가 생겨 생활 습관만으로는 혈압이 정상화되지 않는 단계를 말하는데, 이 단계가 되면 약 없이는 정상 유지가 어렵습니다.

남성에서 혈압약을 기피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발기부전 부작용입니다. 실제로 관련 설문에서 약 90%가 해당 증상을 경험한다는 결과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증상은 대부분 2~3개월 적응 기간이 지나면 회복됩니다. 그 기간을 버티지 못해 혈압 치료를 중단하는 건, 뇌혈관을 방치하는 것과 같습니다. 제가 보기엔 그 선택이 훨씬 더 위험합니다.

요약: 뇌졸중 예방과 회복 모두에서 일상적 운동과 혈압 관리가 핵심이며, 혈압약 부작용은 일시적인 경우가 많아 임의로 중단하는 것이 더 위험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젊고 마른 편인데도 뇌졸중이 생길 수 있나요?

A. 충분히 가능합니다. 실제로 신방세동을 제외한 모든 위험인자를 20대에 가지고 있던 환자가 20대 후반에 뇌졸중을 경험한 사례가 보고됩니다. 체형과 무관하게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중 하나라도 있다면 1단계 위험군으로 분류됩니다. 체중이 정상이어도 혈압 수치는 정기적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Q. 뇌졸중이 의심될 때 우황청심원을 먹이면 안 되나요?

A. 피하는 것이 맞습니다. 뇌졸중이 발생하면 막힌 혈관 주변으로 혈액을 더 보내기 위해 반응적으로 혈압이 오르는데, 우황청심원은 혈압을 떨어뜨려 오히려 뇌 보호 효과를 감소시킬 수 있습니다. 물을 먹이는 행위 역시 삼키는 기능이 저하된 상태에서 흡인성 폐렴을 유발할 수 있어 절대 금물입니다.

 

Q. 혈압약을 먹으면 평생 먹어야 하나요?

A.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닙니다. 혈관이 구조적으로 굳어지기 전, 즉 기능적 고혈압 단계라면 생활 습관 개선으로 혈압이 정상화되면 약을 중단하는 시도가 가능합니다. 다만 50~60대 이후 기질적 고혈압 상태가 되면 혈관 경화가 진행된 상태라 약 없이는 유지가 어렵습니다. 중단 후 혈압이 다시 오르는지 반드시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Q. 동맥류는 어떻게 미리 알 수 있나요?

A. 증상이 거의 없어 본인이 느끼기는 어렵습니다. MRI·MRA 검사를 통해 확인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40대 이후 위험인자가 있다면 경동맥 초음파를 2~3년에 한 번, 여유가 된다면 MRA를 한 번 찍어 보는 것이 좋습니다. 미리 발견된 동맥류는 시술로 막을 수 있습니다.

 

결론

외삼촌 사건이 없었다면 저도 아마 뇌졸중을 먼 나라 이야기로만 여겼을 겁니다. 그런데 직접 보고 나서 바뀐 게 있습니다. 혈압계를 하나 샀습니다. 그리고 1년에 한 번 건강검진에서 당화혈색소와 콜레스테롤을 꼭 확인합니다. 10만 원짜리 혈압계 하나, 2~3만 원짜리 혈액검사 하나가 수십 년 뒤의 뇌혈관 상태를 바꿀 수 있다는 말이 이제는 과장으로 들리지 않습니다.

뇌졸중의 약 90%는 후천적 관리로 예방 가능하다는 데이터가 있습니다. 유전과 노화라는 10%는 어쩔 수 없지만, 나머지는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는 일들입니다. 혈압 측정, 당화혈색소 확인, 하루 7,000보 걷기. 복잡하지 않습니다. 외삼촌이 지금도 매일 운동을 멈추지 않는 이유를 이제 저는 이해합니다.

참고: https://youtu.be/Uvr8aFS_x_s?si=BfhSaICvjZ4DYW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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