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처음 네타냐후라는 인물을 제대로 들여다봤을 때, MIT 출신 건축학도가 중동 전체를 뒤흔드는 지도자가 됐다는 사실이 쉽게 그림으로 그려지지 않았습니다. 17년 집권, 뇌물 재판, 국제 체포 영장, 그리고 여전히 총리 집무실에 앉아 있는 한 사람. 이 한 사람을 이해하면 지금 중동에서 벌어지는 일의 뿌리가 보입니다.

 

네타냐후

엔테베 작전, 한 청년의 인생을 통째로 바꾼 날

제가 이 인물을 공부하면서 가장 먼저 멈춰 선 장면이 있습니다. 1976년 아프리카 우간다 엔테베 공항입니다. 팔레스타인 테러리스트들이 이스라엘 민간인 승객을 인질로 잡았고, 이스라엘 특수부대 사예렛 마트칼이 4,000킬로미터를 날아가 작전을 성공시킵니다. 사예렛 마트칼이란 이스라엘 최정예 특수부대로, 우리나라로 치면 707특임대에 해당하는 조직입니다. 수천 명이 지원해도 수십 명만 선발될 정도로 문턱이 높습니다.

그런데 이 완벽한 작전에서 단 한 명의 대원이 전사합니다. 그 이름이 요나탄 네타냐후, 베냐민의 친형이었습니다. 제가 이 대목을 읽으면서 한참 생각에 잠겼습니다. 형이 나라를 위해 영웅적으로 죽었고, 거리 이름에 형의 이름이 붙고, 교과서에 실리고, 영화까지 만들어졌습니다. 그 무게를 동생으로서 평생 지고 산다는 게 어떤 감각인지, 쉽게 상상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날 이후 베냐민 네타냐후는 컨설턴트 양복을 영영 걸어놓고 완전히 다른 길을 선택합니다. "내 형은 테러와 싸우다 죽었다. 나는 그 뜻을 이어가겠다." 이 한 문장이 그의 정치 인생 전체를 관통하는 축이 됩니다. MIT와 하버드 MBA를 거쳐 세계 3대 컨설팅 기업에서 일하던 엘리트가, 조국 안보를 평생 과업으로 삼게 된 출발점이 바로 이 순간이었습니다.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이후, 이 나라의 국민 정서를 이해하려면 2,000년 넘게 이어진 디아스포라의 역사를 먼저 봐야 합니다. 디아스포라(Diaspora)란 고국을 떠나 세계 각지에 흩어져 살아온 민족 집단을 의미합니다. 나치에 의한 유대인 600만 명 학살이라는 참혹한 역사, 그리고 수천 년간 나라 없이 떠돌던 기억을 가진 민족에게 "강한 지도자"에 대한 열망은 단순한 정치 선호가 아닙니다. 생존 본능에 가깝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역사적 맥락을 먼저 이해하지 않으면 네타냐후라는 인물을 단순히 "독재자"나 "영웅" 중 하나로만 규정해버리는 함정에 빠집니다.

요약: 친형의 전사라는 개인적 비극이 네타냐후를 엘리트 컨설턴트에서 안보 중심 정치인으로 만든 결정적 전환점이었으며, 이스라엘의 역사적 상처가 그런 리더십에 대한 민심의 토양을 만들었습니다.

 

장기집권의 비결, 공포 관리와 아브라함 협정

17년 집권이라는 숫자를 처음 봤을 때, 저도 솔직히 어떻게 민주주의 국가에서 이게 가능한지 의아했습니다. 그런데 공부를 하면 할수록 하나의 패턴이 보였습니다. 이른바 전쟁 정치(War Politics)입니다. 전쟁 정치란 안보 위기를 정치적 자산으로 활용하는 전략으로, 외부 위협이 부각될수록 유권자들이 기존 지도자를 유지하려는 심리를 이용하는 방식입니다.

지지율이 떨어지고 부패 의혹이 터지는 시기마다, 가자지구에서 로켓이 날아왔고 이스라엘 언론은 온통 안보 이슈로 뒤덮였습니다. 가짜 위기가 아니라 진짜 위기였기에 국민들은 매번 그 불안에 반응했습니다. 네타냐후는 공포를 만들어낼 필요가 없었습니다. 이미 존재하는 공포를 조금 더 키우는 것만으로 충분했습니다. 이 지점이 그의 정치가 무서운 이유입니다.

그러나 이 시기에 분명한 성과도 있었습니다. 2000년대 초 재무장관 시절 그는 이스라엘 경제 구조를 근본부터 뜯어고칩니다. 공기업 민영화, 세제 개편, 정부 지출 축소. 반발이 거셌지만 밀어붙였고, 그 결과 이스라엘은 지금 인구 900만 명의 나라가 세계적 스타트업 강국으로 불리는 토대를 마련했습니다(출처: World Bank, Israel Country Overview).

2020년에는 아브라함 협정(Abraham Accords)을 성사시킵니다. 아브라함 협정이란 수십 년간 이스라엘을 국가로도 인정하지 않던 아랍에미리트, 바레인, 모로코가 이스라엘과 공식 수교를 맺은 외교 협정입니다. 백악관 잔디밭에서 악수하는 장면은 제가 뉴스에서 직접 봤는데, 당시에는 그게 그렇게 큰 의미인지 잘 몰랐습니다. 나중에 중동 외교 지형을 공부하고 나서야 이게 얼마나 이례적인 일인지 실감했습니다. 미국 공화당과 30년간 쌓아온 인맥, 완벽한 미국식 영어, 이 두 가지가 만들어낸 외교적 결실이었습니다.

  • 전쟁 정치: 안보 위기를 정치적 동력으로 전환하는 반복 전략
  • 경제 개혁: 공기업 민영화와 세제 개편으로 스타트업 강국의 기반 마련
  • 아브라함 협정: 적대 관계였던 아랍 3국과의 역사적 공식 수교
  • 미국 공화당 인맥: 30년에 걸쳐 축적된 정치·외교 자산
요약: 네타냐후의 장기집권은 안보 불안을 정치 자원으로 쓰는 전쟁 정치와, 경제 개혁 및 아브라함 협정이라는 실질적 성과가 동시에 작동한 결과입니다.

 

전쟁정치의 끝, 그리고 국제 체포 영장

제가 이 인물을 공부하면서 가장 섬뜩했던 대목이 바로 이 부분입니다. 2023년 초, 네타냐후는 사법부 정비라는 이름으로 대법원의 권한을 무력화하는 입법을 밀어붙입니다. 사법부 정비(Judicial Overhaul)란 사법부가 행정부의 결정을 견제하는 권한을 대폭 축소하고, 판사 임명권을 사실상 총리 쪽으로 집중시키는 일련의 법 개정을 의미합니다. 사람들이 이를 사법 쿠데타라고 부른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타이밍이 중요합니다. 이때 네타냐후는 뇌물, 사기, 배임 세 가지 혐의로 법정 피고인석에 앉아 있었습니다. 현직 총리가 피고인으로 재판을 받는 것 자체가 이스라엘 건국 이래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자신에게 불리한 판결을 내릴 수 있는 법원과 검찰의 힘을 빼버리려 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제 경험상 이런 구조는 역사에서 반복됩니다. 권력이 길어질수록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 점점 더 제도 밖으로 나가는 패턴입니다.

그리고 2023년 10월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 남부를 기습합니다. 사망자 1,200명, 인질 250명.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대인에게 가해진 단일 사건 최대 인명 피해였습니다(출처: United Nations, Middle East Situation Overview). 제가 직접 당시 뉴스를 보면서 느낀 것은, 이 기습이 단순한 군사 실패가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수개월 전부터 이스라엘 정보 장교들의 경고가 있었고, 이집트 정보기관도 사전에 통보했다는 사실이 나중에 드러났습니다. 그런데 총리실의 관심은 사법 쿠데타 밀어붙이기와 자신의 재판 방어에 쏠려 있었습니다.

잔디깎기 전략(Lawn Mowing Strategy)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이는 근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위협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커지면 군사력으로 억제한 뒤 다시 놔두는 방식으로, 하마스를 완전히 제거하지 않고 관리 가능한 위협으로 유지해온 네타냐후의 대하마스 전략을 비판할 때 자주 쓰이는 표현입니다. 30년간 잔디만 깎다가, 뿌리가 땅 전체를 뒤덮어버린 결과였습니다.

전쟁이 길어지는 것이 오히려 네타냐후에게 유리한 구조라는 점도 이때 보였습니다. 전쟁이 끝나는 순간, 뇌물 재판과 10월 7일 안보 실패에 대한 책임 추궁이 동시에 쏟아집니다. 결국 2024년 말, 국제형사재판소(ICC)가 네타냐후에게 전쟁 범죄 및 반인도 범죄 혐의로 체포 영장을 발부합니다. ICC 영장이 효력을 지닌 120개국 이상에서 그가 발을 딛는 순간 체포될 수 있습니다. 한때 노벨 평화상이 거론되던 인물이 국제 수배자 명단에 오른 것입니다.

요약: 뇌물 재판을 피하려는 사법 무력화 시도, 10월 7일 기습 참사, 끝나지 않는 전쟁, 국제형사재판소 체포 영장까지—전쟁정치의 끝이 어디로 향하는지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네타냐후는 왜 17년이나 총리를 할 수 있었나요?

A. 이스라엘이 주변 아랍 국가들과 실질적인 적대 관계에 놓인 환경에서, 안보 불안을 정치 자산으로 전환하는 전쟁 정치 전략이 반복적으로 효과를 냈습니다. 여기에 경제 개혁 성과와 아브라함 협정 같은 외교 업적, 미국 공화당과의 탄탄한 인맥이 더해져 장기집권이 가능했습니다. 2,000년 디아스포라 역사를 가진 민족의 생존 본능이 강한 지도자에 대한 지지로 이어진 측면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Q. 아브라함 협정이 뭔가요? 왜 중요한가요?

A. 아브라함 협정은 2020년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 바레인, 모로코가 공식 수교를 맺은 외교 협정입니다. 수십 년간 이스라엘을 국가로 인정조차 하지 않던 아랍 국가들이 대사관을 열고 항공편을 연결한 것이어서, 중동 외교 지형을 근본적으로 흔든 사건으로 평가받습니다. 이후 협정의 정신이 서안지구 정착촌 확장 문제로 훼손되기 시작했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Q. 10월 7일 하마스 기습을 왜 사전에 막지 못했나요?

A. 이스라엘 정보 장교들과 이집트 정보기관의 사전 경고가 있었지만 묵살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시 총리실의 관심이 사법부 정비 입법과 자신의 뇌물 재판 방어에 집중돼 있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잔디깎기 전략으로 수십 년간 하마스를 근본 해결 없이 관리해온 것도 구조적 원인으로 꼽힙니다.

 

Q. 국제형사재판소 체포 영장이 실제로 효력이 있나요?

A. ICC 체포 영장은 ICC 로마 규정에 가입한 120개국 이상에서 효력을 갖습니다. 네타냐후가 해당 국가를 방문하면 이론적으로 체포 의무가 발생합니다. 다만 미국처럼 ICC 관할권을 인정하지 않는 나라들도 있어 실제 집행 여부는 각국의 정치적 판단에 달려 있습니다.

 

결론

이번에 네타냐후라는 인물을 오랜 시간 파고들면서 제가 느낀 건 하나였습니다. 똑똑한 사람이 잘못된 방향으로 집착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이 사람이 살아 있는 교과서라는 것입니다. 엔테베 작전에서 형을 잃고 조국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겠다는 동기로 시작한 사람이, 수십 년 후 자신의 재판을 피하기 위해 전쟁을 끝내지 못하는 구조에 갇혀버린 모습은 단순한 비극이 아니라 권력이 사람을 어떻게 바꾸는지를 보여줍니다.

동시에 저는 이스라엘을 둘러싼 지정학적 현실을 단순히 선악 구도로 재단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스라엘 주변 환경에서 외교 천재가 아니면 살아남기 어렵다는 것, 그리고 한 나라의 지도자 선택이 그 나라의 10년, 20년을 결정한다는 사실은 우리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민주주의의 견제 장치가 왜 소중한지, 지금 이 사람의 이야기가 가장 강하게 답해주고 있습니다.

참고: https://youtu.be/GCTBPeO0u5o?si=DHHXE0gTn6Gweqgd

+ Recent posts

소개 및 문의 · 개인정보처리방침 · 면책조항

© 2026 블로그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