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한동안 돈이 어디로 새는지 몰랐습니다. 미용실 한 번에 20만 원 가까이 쓰고, 바쁘다는 이유로 배달앱을 달고 살았는데 뭔가 계속 빠듯한 느낌이었거든요. 그러다 아이에게 아토피가 생기면서 생활 전체를 들여다보게 됐고, 그때서야 제가 줄일 수 있는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가계비가 답답하게 느껴진다면, 저처럼 가장 가까운 곳부터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미용실 비용, 줄이기 전에 먼저 이 숫자를 보세요
저는 수년째 매직 스트레이트 시술을 받았습니다. 곱슬머리가 싫어서 1년에 최소 두 번은 미용실에 갔고, 한 번에 10만 원에서 시작했던 비용이 어느 순간 20만 원 가까이 올라 있었습니다. 그래도 꾹 참고 다녔는데, 제가 멈추게 된 계기는 가격이 아니었습니다. 시술 후 부분 탈모가 생긴 걸 발견했을 때였습니다. 그 순간 처음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게 정말 필요한 일이었나?"
그 뒤로 저는 아예 매직 시술을 끊고 곱슬머리를 그냥 기르기로 했습니다. 지금은 1년에 한두 번 커트만 하는데, 그 커트 비용도 예전보다 많이 올라서 가능하면 텀을 늘리고 있습니다. 네일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전엔 네일숍을 다녔지만 지금은 셀프로 합니다. 손톱이 약해 자주는 못하고, 가끔 기분 전환이 필요할 때만 하는 식으로 바뀌었습니다.
이게 단순히 저만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2026년 6월 기준, 개인 서비스 물가는 1년 전보다 3.7% 올랐습니다. 여기서 개인 서비스란 미용실·세탁소·이발소처럼 사람 손으로 직접 하는 서비스 업종을 말합니다. 드라이 클리닝 용재와 소모품 가격이 최대 80%까지 오른 곳도 있었으니, 가격표가 바뀐 게 아니라 가게 뒤편 재료비가 먼저 올라간 셈입니다(출처: 통계청).
소비 패턴이 바뀔 때 사람들은 보통 세 단계를 밟습니다. 처음엔 횟수를 줄이고, 그다음엔 등급을 낮추고, 마지막엔 끊습니다. 저의 미용실 소비도 정확히 이 순서를 따랐습니다. 시술 주기를 늘리다가, 저가 브랜드를 알아보다가, 결국 시술 자체를 끊은 것입니다. 그리고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없애고 나니 생각보다 불편하지 않았습니다.
- 매직 스트레이트 시술 1회: 15만~20만 원대 (2회/년 기준 최대 40만 원)
- 셀프 네일 전환 시 네일숍 비용 월 3만~5만 원 절약 가능
- 커트 주기를 4주→8주로 늘리면 연간 커트 비용이 절반으로 감소
- 개인 서비스 물가 상승률 3.7% (2026년 6월, 2023년 12월 이후 최고)
식비는 줄이면 손해라는 생각, 저는 틀렸습니다
제가 실수한 부분이 있었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외식과 냉동식품에 너무 많이 기댔다는 겁니다. 당시엔 시간을 아끼는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아이에게 아토피 피부염이 생기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아토피 피부염이란 면역 과민 반응으로 피부 장벽이 손상되는 만성 염증성 질환으로, 식품 첨가물이나 가공식품이 증상을 악화시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병원을 다니고 공부를 하다 보니, 제가 먹이던 음식들이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 이후로 가능한 한 집밥을 해서 먹이기 시작했습니다. 아토피 증상은 눈에 띄게 좋아졌습니다. 그리고 예상치 못한 효과가 하나 더 있었습니다. 외식과 배달 음식에 쓰던 돈이 자연스럽게 줄었습니다. 제 경우엔 건강 문제가 먼저였는데, 결과적으로 가계경제에도 도움이 됐습니다.
커피도 비슷합니다. 저는 카페에서 사 마시는 커피를 끊은 게 아니라, 집에서 직접 원두를 골라 내리는 쪽으로 옮겨간 겁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원두를 고르고 핸드드립이나 모카포트로 내리면 카페 아메리카노보다 맛이 낫습니다. 하루 5,000원짜리 커피를 월 20회 마신다고 치면 10만 원입니다. 원두 한 봉지에 1만~2만 원이면 같은 기간을 충분히 버팁니다.
숫자로도 확인이 됩니다. 앵겔 계수란 가계 지출 중 식비가 차지하는 비율을 뜻하는데, 이 수치가 높을수록 다른 곳에 쓸 돈이 줄었다는 신호입니다. 2025년 우리나라 앵겔 계수는 30.3%로, 1994년 이후 31년 만에 30%를 넘었습니다. 2019년부터 2025년 사이 가처분소득은 29.4% 늘었지만 식비는 35.4% 늘었다는 뜻입니다(출처: 통계청). 소득보다 빠르게 오른 항목이 하필 줄이기 가장 어려운 식비였던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외식비를 줄이는 방향이 아니라, 집밥의 질을 올리는 방향으로 접근했습니다. 돈을 아낀다는 감각보다 건강을 챙긴다는 감각으로 움직였더니 오래 유지가 됐습니다. 경기가 어렵다는 이유로 절약하면 금세 지치는데, 건강이라는 이유가 붙으면 지속 가능성이 달라집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매직 스트레이트 시술을 끊으면 관리가 너무 힘들지 않나요?
A. 저도 처음엔 그 걱정이 가장 컸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끊어보니 곱슬머리 자체에 맞는 스타일을 찾는 쪽이 오히려 편했습니다. 시술 없이도 헤어 오일이나 크림 제품으로 어느 정도 정리가 가능하고, 무엇보다 탈모나 두피 손상 걱정이 없어진 것이 더 크게 느껴졌습니다.
Q. 집밥으로 바꾸면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지 않나요?
A. 제 경험상 처음 한 달이 가장 힘들고, 이후엔 루틴이 생깁니다. 주말에 재료를 손질해두거나 국을 미리 끓여두면 평일 조리 시간이 크게 줄어듭니다. 완벽한 집밥보다 배달이나 외식 빈도를 줄이는 것 자체가 목표라고 생각하면 부담도 덜합니다.
Q. 커피를 집에서 내리면 카페 커피 맛이 안 나지 않나요?
A. 원두 선택이 핵심입니다. 저는 로스팅 날짜가 표기된 스페셜티 원두를 소량 구매해서 쓰고 있는데, 솔직히 프랜차이즈 카페 아메리카노보다 맛이 낫습니다. 초기 도구 비용이 들 수 있지만, 모카포트 하나면 충분히 시작할 수 있습니다.
Q. 소비를 줄이다 보면 생활의 질이 너무 떨어지지 않나요?
A. 저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해보니, 지출 항목을 줄이는 것과 삶의 질이 낮아지는 건 다른 문제였습니다. 줄였더니 불편한 것과, 줄였는데 생각보다 괜찮은 것이 구분됩니다. 저의 경우 미용실 시술과 배달 음식이 후자였습니다.
결론
요즘 소비를 줄이는 게 유난스러운 일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경험해보니, 줄이게 된 계기가 꼭 경기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미용실은 탈모 때문에, 식비는 아이 건강 때문에 바꾼 것이었고, 결과적으로 가계경제에도 도움이 됐습니다. 소비 구조를 바꾼다는 건 덜 쓰는 삶이 아니라, 진짜 필요한 것에만 쓰는 삶에 가깝습니다.
지금 생활비가 빠듯하게 느껴진다면, 전체를 한꺼번에 바꾸려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제가 확인한 순서대로라면, 반복 비용이 크고 대체재가 있는 항목부터 시작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미용 시술 주기를 한 달 늘리거나, 배달 앱을 한 번만 닫아보거나, 원두를 한 봉지 사보는 것. 그 작은 변화 하나가 습관이 되면, 다음 항목이 자연스럽게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