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이 질문을 처음 들었을 때 "설마 20년 안에?"라고 바로 코웃음을 쳤습니다. 그런데 막상 근거를 하나씩 뜯어보니 제 생각이 얼마나 단순했는지 깨달았습니다. 일론 머스크가 "3년 안에 휴머노이드 로봇이 외과 의사를 능가한다"고 공언했고, 현장에서는 이미 AI 판독 로봇이 판독 시간을 42% 단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2045년에도 의사의 절반 이상을 대체할 수 있는 분야는 생각보다 훨씬 적습니다. 왜 그런지, 내과 의사 입장에서 직접 파헤쳐 봤습니다.

이미 이만큼 왔다 — 의료 AI의 현재
AI 의료 기술이 어디까지 왔는지 처음 정리해 봤을 때, 솔직히 놀랐습니다. 막연히 "아직 멀었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실제 사례들은 꽤 구체적이었습니다.
대표적인 게 캡슐 내시경입니다. 캡슐 내시경이란 소장처럼 기존 내시경이 닿지 않는 부위를 촬영하기 위해 삼킬 수 있는 캡슐 형태의 소형 카메라를 활용하는 검사법입니다. 원래는 장 세척부터 검사 완료까지 하루가 꼬박 걸렸는데, 자기장으로 외부에서 조종하는 방식으로 검사 시간이 8분으로 줄었습니다. 게다가 수천 장에 달하는 촬영 이미지 판독도 AI가 맡아 90분 걸리던 걸 6분으로 단축시켰습니다.
모발이식 로봇도 있습니다. 중국에서 개발된 하이로(HAIR-O) 로봇은 모낭 추출 정확도 95%, 한 개 추출에 2초 미만, 1,800개를 오차 없이 뽑아냅니다. 사람 손은 4시간이 지나면 집중력이 흐트러지는데, 로봇은 그런 게 없죠. 존스홉킨스 대학에서는 완전 자율 복강경 수술로 돼지 사체에서 담낭을 절개·봉합하는 데 성공률 100%를 기록하며 "10년 뒤 인체 적용을 목표로 한다"고 발표했습니다(출처: 존스홉킨스 대학).
백내장 수술 로봇 제스퍼(Zeiss CATARACT Suite)는 전신마취 없이 살아 있는 사람 눈에 직접 수술을 성공했습니다. 눈 수술만큼은 "3년 뒤"라는 말이 아예 허풍만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캡슐 내시경: 검사 시간 하루 → 8분, 판독 90분 → 6분
- 모발이식 로봇: 추출 정확도 95%, 1,800개 오차 없이 자동 추출
- 자율 복강경: 돼지 사체 담낭 절제 성공률 100% (존스홉킨스)
- FDA 승인 의료 AI: 116개 등록, 범용 로봇은 단 0개
왜 20년 뒤에도 의사를 못 대체하나 — 구조적 장벽
제가 내과 의사로 일하면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내시경은 결국 로봇이 대체하지 않겠냐"입니다. 그래서 이 부분만큼은 직접 생각을 많이 해봤는데, 현실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했습니다.
먼저 범용 휴머노이드 로봇에 대한 오해부터 짚어야 합니다. 범용 휴머노이드란 하나의 로봇이 모든 시술을 다 수행하는 형태를 말합니다. 그런데 이건 자율주행차를 아틀라스 로봇이 앉아서 운전하는 것과 같은 발상입니다. 현실에서는 차 자체가 자율주행하는 것이지, 로봇이 운전대를 잡는 게 아닙니다. 의료도 마찬가지로 각 시술에 특화된 로봇이 따로따로 개발됩니다. FDA 승인을 받은 116개 의료 AI 중 범용 로봇은 단 하나도 없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합니다(출처: 미국 FDA).
내시경으로 가보겠습니다. 제가 1년에 만 건 이상 내시경을 하다 보니 이게 쉬운 술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AI로 구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따져봤을 때 문제가 한두 개가 아니었습니다.
가장 큰 병목은 햅틱 피드백(haptic feedback)입니다. 햅틱 피드백이란 기기를 조작할 때 손끝에 전달되는 촉각 정보를 뜻합니다. 내시경을 목에 넣을 때 식도 점막이 손끝에 어떻게 느껴지는지, 그 미세한 저항감으로 다음 동작을 결정합니다. 그런데 현재 AI 기술은 시각 데이터 정확도가 95% 이상인 반면, 촉각 데이터는 10%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내시경 끝에 센서를 달면 되지 않냐고요? 내시경은 121°C 고온·고압 멸균 과정을 거칩니다. 그 온도에서 견디는 전자 센서는 현재 존재하지 않습니다.
반응 속도 문제도 있습니다. 사람은 구역질이 올 때 내시경을 0.005초 만에 빼낼 수 있습니다. 로봇은 센서 감지 → 신호 처리 → 모터 구동의 단계를 거쳐 최소 0.1초가 걸립니다. 인간보다 10~20배 느린 겁니다. 그 0.1초 사이에 내시경이 식도를 뚫을 수 있습니다.
법적 책임 문제도 있습니다. 내과는 국내 사망 원인 1위, 2위, 3위, 7위, 8위, 9위, 10위를 모두 담당합니다. AI가 판단에 개입했다가 환자가 사망하면, 현행법상 전자인(AI)에게 형사 책임을 묻지 않습니다. 결국 담당 내과 의사가 모든 책임을 져야 하는 구조인데, 이 상황에서 어느 의사가 AI 판단에 생사를 맡기겠습니까. 우리나라는 업무상 과실치사죄 기소율이 영국의 580배입니다. 기술이 돼도 법이 따라주지 않으면 현장 적용은 불가능합니다.
2045년, 그래도 의대는 갈 만한가 — 직업 전망
제 경험상 이 질문이 사람들이 진짜 알고 싶어 하는 부분입니다. "AI가 못 대체한다니까 의대 보내도 되겠네"라고 바로 결론 내리면 절반만 맞습니다.
2045년 의사의 위협은 AI보다 재정 문제에서 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건강보험 재정 고갈이 가속화되면 의료 수가 압박이 필연적으로 강해집니다. 수가란 의료 행위에 국가가 지급하는 표준 단가를 의미합니다. 의대 정원 증가, 피부·미용 분야 일부 AI 대체, 고령화로 인한 보험료 납부 인구 감소까지 겹치면 현재 수준의 소득을 유지하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럼 다른 직군은요? 회계사는 지금도 AI에 빠르게 잠식되고 있고, 변호사 시장도 이미 법률 AI가 기초 문서 작업을 대부분 처리하고 있습니다. 삼성·SK하이닉스 같은 반도체 생산직도 자동화 압박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의사 소득이 다소 줄어들어도 비교 집단 전체가 함께 내려간다면, 상대적 위치는 유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오히려 흥미로운 건 새로운 직군입니다. 의사 과학자, 바이오 창업가, AI 의료 데이터 설계자 — 이런 포지션이 2045년엔 지금보다 훨씬 커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실제로 수천억 규모의 의사 창업 사례가 이미 나오고 있습니다. 의대를 발판 삼아 AI 시대에 맞는 새 역할을 찾는 경로가 생긴 겁니다.
제가 20년 넘게 내과 의사로 버텨온 이유를 돌아보면, 수가나 안정성보다 인체에 대한 순수한 호기심이 결정적이었습니다. 적혈구 색깔이 왜 빨간색에서 까만색으로 변하는지, 그 원리를 찾고 싶어서 어려운 과정을 견뎌냈습니다. 그 호기심 없이 성적만 보고 의대를 선택한다면, 2045년이 되기 한참 전에 지치는 경우를 저는 적지 않게 봤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2045년에 AI가 대체할 수 있는 의료 분야는 어디인가요?
A. 정답이 명확한 분야가 먼저입니다. 영상 판독(엑스레이·CT), 점 제거·레이저 제모처럼 결과가 이분법적인 미용 시술, 진단 목적의 초음파 판독이 50% 이상 대체 가능성이 있는 분야로 꼽힙니다. 반면 필러·보톡스처럼 정답이 없는 주관적 미용 시술, 내시경 치료 시술, 복강경 수술, 혈관 중재술은 2045년에도 대체가 어렵다고 봅니다. 어떤 기준으로 보느냐에 따라 전망이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요?
Q. AI 의료 로봇의 촉각 기술은 왜 이렇게 발전이 느린가요?
A. 시각 데이터는 카메라와 딥러닝으로 빠르게 학습이 가능한 반면, 촉각 센서는 소형화·내구성·정밀도를 동시에 만족해야 합니다. 내시경처럼 121°C 고온·고압 멸균 환경에서 작동해야 하는 경우엔 현존하는 전자 센서가 버티질 못합니다. 촉각 데이터 수집 자체가 어려우니 AI 학습도 시작이 안 되는 구조입니다. 이 병목이 해결되는 시점이 자율 내시경의 현실화 시점이 될 겁니다.
Q. AI가 의료 판단에 개입했다가 환자가 사망하면 누가 책임지나요?
A. 현행 국내법은 AI를 법적 책임 주체(전자인)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즉, AI의 오판으로 환자가 사망해도 법적 책임은 AI를 사용한 의사에게 귀속됩니다. 한국의 의사 업무상 과실치사죄 기소율이 영국의 580배라는 점을 감안하면, 법적 보호 없이 AI 판단을 받아들일 의사는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합니다. 2045년까지 법 체계가 어느 정도 정비될 수 있을지가 관건입니다.
Q. 지금 열 살짜리 아이를 의대에 보내도 괜찮을까요?
A. 여러 근거를 종합하면, 2045년에도 의사는 국내 최상위 고연봉 직군의 위치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AI 대체 압박과 건강보험 재정 문제로 현재 수준의 소득이 유지되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그보다 중요한 건 인체에 대한 진짜 호기심이 있는가입니다. 그 호기심이 없으면 의대 6년, 전공의 과정, 30년 임상을 버티기 어렵습니다. 성적보다 그 질문을 먼저 해보는 게 순서일 것 같습니다.
결론
정리하면, 2045년 의료 AI는 "판독·진단 일부 영역"에서 강력하게 치고 올라오겠지만, 내시경 치료 시술·복강경 수술·혈관 중재술·개복 수술은 기술적·법적·구조적 장벽으로 인해 여전히 인간 의사의 영역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제가 20년 넘게 현장에서 내시경을 잡아오면서 느낀 건, 이 일이 단순한 기술 반복이 아니라는 겁니다. 구역질하는 환자의 0.005초 반응에 손이 먼저 움직이는 건 수천 번의 경험이 쌓인 결과입니다. 그걸 로봇이 따라잡으려면 기술 발전 이전에 데이터 자체가 먼저 존재해야 하고, 그 데이터를 만들 사람도 결국 사람입니다.
의대 진학을 고민 중이라면, AI 대체 가능성보다 "나는 왜 사람 몸이 궁금한가"를 먼저 물어보는 게 더 실용적인 출발점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