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꽤 오랫동안 과일이 건강식이라고 철석같이 믿었습니다. 밥 대신 과일 한 접시면 뭔가 잘 먹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거든요. 그런데 그게 틀렸다는 걸 알게 된 날, 머릿속에서 꽤 많은 상식들이 동시에 흔들렸습니다. 최근 20대 당뇨 환자가 2015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는 통계를 접하고, 제가 가진 당뇨 관련 상식들을 처음부터 다시 들여다보게 됐습니다.

혈당 스파이크의 진짜 의미, 저도 잘못 알고 있었습니다
한때 저도 연속 혈당 측정기 관련 콘텐츠를 꽤 챙겨봤습니다. 초콜릿이나 흰쌀밥을 먹고 나서 그래프가 쭉 치솟는 걸 보면서 "이걸 먹으면 안 되겠구나" 하고 겁을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이 혈당 스파이크라는 용어 자체가 공식 의학 용어가 아니라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원래 연속 혈당 측정기 업계에서 시작된 개념이었고, 이게 대중화되면서 건강에 민감한 2, 30대 사이에서 거의 공포 수준으로 퍼진 것입니다.
사실 음식을 먹으면 혈당이 오르는 건 지극히 정상적인 생리 반응입니다. 인슐린(insulin)이란 췌장의 베타 세포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혈액 속 포도당이 각 세포로 들어갈 수 있도록 신호를 보내는 역할을 합니다. 쉽게 말해 세포 문을 열어주는 초인종 같은 존재입니다. 정상인의 몸에서는 이 시스템이 잘 작동하기 때문에 식후 혈당이 올랐다가 자연스럽게 내려옵니다.
문제가 되는 건 인슐린 저항성(insulin resistance)이 생겼을 때입니다. 인슐린 저항성이란 인슐린이 분비되더라도 세포가 그 신호를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혈중 포도당이 처리되지 못하고 쌓이게 되고, 결국 췌장이 인슐린을 더 많이 만들어내려고 무리하다가 당뇨로 진행됩니다. 당뇨의 직접 원인이 탄수화물보다 체내 지방산이라는 점도 제가 처음 들었을 때 꽤 뜻밖이었습니다.
그러면 실제로 무엇을 기준으로 당 상태를 확인해야 할까요. 연속 혈당 측정기를 붙이고 매 끼니 그래프를 확인하는 것보다, 당화혈색소(HbA1c)를 6개월이나 1년에 한 번 검사하는 편이 훨씬 정확합니다. 당화혈색소란 지난 2~3개월간 혈액 속 포도당이 적혈구의 혈색소에 얼마나 결합되어 있었는지를 나타내는 수치입니다. 짧은 순간의 혈당 변화가 아니라, 평균적인 포도당 노출 수준을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일반인에게 가장 현실적인 측정 도구입니다(출처: 미국 당뇨학회(ADA)).
제 주변을 봐도 비슷합니다. 코로나 이후 배달 음식이 일상화되면서 젊은 층의 식단이 확연히 달라졌고, 그 반작용으로 혈당 건강과 러닝에 대한 관심이 동시에 폭발한 것 같습니다. 몸이 먼저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이겠죠.
- 혈당 스파이크는 의학 공식 용어가 아니며, 정상인의 식후 혈당 상승은 생리적 반응이다
- 인슐린 저항성이 쌓이면 당뇨로 진행될 수 있으며, 원인은 탄수화물보다 체내 과잉 지방산이다
- 당화혈색소 검사가 일반인에게 가장 실용적인 혈당 관리 지표다
- 식후 가벼운 산책은 칼로리를 그때그때 소비하게 해 혈당 관리에 효율적이다
과일이 밀가루보다 나쁠 수 있다는 사실, 처음엔 믿기 어려웠습니다
제가 평소 무심코 해왔던 행동이 하나 있습니다. 식사 후 달콤한 게 당길 때 과자 대신 귤이나 포도를 집는 것이었습니다. "어차피 천연당이니까"라는 생각이었는데, 이게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은 문제였습니다.
과일에는 과당(fructose)이라는 당분이 들어 있습니다. 과당은 과일에 들어 있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 아니라, 생화학적으로 프룩토스(fructose)라 불리는 단당류입니다. 포도당보다 약 1.5배 달고, 결정적으로 간에서만 대사됩니다. 포도당이 온몸의 세포에서 에너지로 쓰이는 것과 달리, 과당은 간이 아니면 받아줄 곳이 없습니다. 간에서도 처리량을 초과하면 빠른 속도로 중성지방으로 전환됩니다. 운동량이 적은 날 과일을 많이 먹으면 그 단맛이 고스란히 체지방으로 남는 구조입니다.
제 친한 언니 이야기를 하자면, 20년 넘게 육식을 거의 안 하고 밥에 검은콩, 과일과 채소 위주로 먹어왔습니다. 50대까지는 혈액 검사를 할 때마다 의사에게서 "이렇게 깨끗한 피는 처음 본다"는 말을 들었고, 60대 중반인 지금도 3대 성인병 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그걸 보면서 저는 건강한 식단보다 과식을 안 하는 것, 그리고 수면과 스트레스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실감했습니다. 실제로 저는 몇 년 전부터 불면증이 생기면서 컨디션이 전반적으로 무너지는 걸 직접 경험했거든요.
동양인의 당뇨 발생 위험이 서양인보다 높다는 점도 짚어둘 필요가 있습니다. 서양인과 같은 정도의 체지방을 가지더라도 동양인은 췌장의 인슐린 분비 능력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더 쉽게 췌장 기능 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같은 칼로리를 먹어도 당뇨 위험이 더 크다는 뜻입니다(출처: 세계보건기구(WHO)).
아침 공복에 올리브유 한 스푼을 먹으면 혈관을 청소해준다는 말도 저는 제법 믿었던 것 같습니다. 올리브유가 올레산(oleic acid)이라는 불포화지방산을 풍부하게 함유한 좋은 기름인 건 맞습니다. 올레산은 세포막을 부드럽게 유지하는 데 관여하는 지방산으로, 포화지방산이 많은 기름에 비해 심혈관 건강에 유리합니다. 그런데 공복에 한 스푼을 따로 삼키는 행위가 혈관을 씻어낸다는 근거는 없습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사실 아침에 공복으로 기름을 한 숟갈 삼키는 건 생각보다 꽤 느끼했고, 열량도 한 스푼에 100칼로리를 훌쩍 넘습니다. 차라리 그 칼로리를 단백질로 쓰는 편이 훨씬 낫습니다.
60대 이후 근육 유지를 위해 질 좋은 단백질을 의식적으로 챙겨야 한다는 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사르코페니아(sarcopenia), 즉 근감소증은 최근 정식 질병으로 인정받은 개념으로, 근육이 감소해 이동 능력과 대사 기능 전반이 저하되는 상태를 말합니다. 노년기엔 단백질 필요량이 오히려 젊었을 때보다 늘어나는데, 소화력 저하로 육류를 기피하다 보면 탄수화물만 남는 식단이 되기 쉽습니다. 제 경험상 이 부분은 지금부터 습관을 만들어두지 않으면 나중에 손쓰기 어렵겠다 싶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정상인도 혈당 스파이크를 신경 써야 하나요?
A. 당뇨 환자나 당뇨 전단계가 아닌 정상인이라면 식후 혈당이 오르는 것 자체는 생리적으로 정상적인 반응입니다. 제가 직접 경험해보니 오히려 이걸 과도하게 신경 쓰면 멀쩡한 음식을 악마화하거나 식사 자체가 스트레스가 되는 문제가 생깁니다. 과식을 피하고 식후 움직임을 챙기는 쪽이 훨씬 현실적인 접근입니다.
Q. 당뇨에 걸리면 평생 약을 먹어야 하나요?
A.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초기 단계에서 체중 감량, 식단 조절, 운동을 병행하면 약 없이도 정상 수치를 유지하는 관해(remission) 상태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관해란 완치와는 다르게, 같은 생활을 유지하는 한 당뇨 수치가 정상 범위에 머무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실제로 식단과 운동만으로 6개월 만에 정상 수치를 회복한 사례도 있습니다.
Q. 채소를 먼저 먹는 식사 순서가 실제로 효과가 있나요?
A. 네, 이건 인터넷에 퍼진 건강 상식 중에서 드물게 과학적 근거가 있는 편입니다. 식이섬유(dietary fiber)를 먼저 위에 채워두면 이후 섭취한 탄수화물의 흡수 속도가 느려져 혈당이 완만하게 오릅니다. 단, 소스나 드레싱을 많이 뿌린 샐러드라면 오히려 칼로리가 올라가므로 담백하게 먹는 것이 전제입니다.
Q. 살 빼는 주사(GLP-1 계열 약물)가 당뇨 관리에 도움이 되나요?
A. 효과는 분명히 있습니다. 다만 약물에 의존한 다이어트는 투약을 중단하면 요요 현상이 올 수 있다는 점을 각오해야 합니다. 또한 빠르게 살이 빠지는 과정에서 근육이 먼저 빠지는 경향이 있어, 복용 기간 중에 단백질 섭취와 운동을 평소보다 더 신경 써야 효과를 제대로 유지할 수 있습니다.
결론
이번에 당뇨와 혈당에 관한 여러 상식들을 다시 들여다보면서, 제가 얼마나 많은 것들을 검증 없이 받아들이고 있었는지 새삼 느꼈습니다. 혈당 스파이크가 무조건 나쁘다거나, 과일이 밀가루보다 건강하다거나, 아침 공복 올리브유가 혈관을 청소해준다거나. 이것들이 전부 반쪽짜리 사실이거나 맥락을 잃은 정보들이었습니다.
제가 직접 경험하고 주변을 보면서 느낀 건, 결국 가장 중요한 건 과식을 피하는 것과 편안한 수면, 그리고 스트레스 관리라는 평범한 결론이었습니다. 거기에 6개월이나 1년에 한 번 당화혈색소 수치를 확인하는 습관을 더하면, 당뇨에 대한 공포를 막연하게 안고 사는 것보다 훨씬 현실적으로 건강을 챙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