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공복혈당 120에 고지혈증 진단을 받았습니다. HDL 30, LDL 200, 중성지방 180. 수치만 보면 당장 스타틴을 먹어야 할 상황이었죠. 그런데 저는 약 대신 식단과 운동을 바꿨고, 4년이 지난 지금 혈관 정밀 검사에서 "건강한 축"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제가 가장 크게 바뀐 건 딱 하나였습니다. 먹는 것과 움직이는 것을 '병을 고치는 행위'가 아니라 '노화의 속도를 조절하는 행위'로 보기 시작한 것입니다.

 

존2운동

존2 트레이닝 — 걷기보다 딱 한 단계 위

헬스장 러닝머신 화면에 빨강·주황·노랑·초록으로 나뉜 심박수 구간이 있습니다. 그중 두 번째 구간, 즉 존2(Zone 2)에서 운동하는 것이 저속노화의 핵심 유산소 운동법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스탠퍼드대 출신 피르아티아 박사가 미국에서 적극 소개하면서 화제가 된 방식입니다.

존2 트레이닝이란 심박수가 최대치의 60~70% 수준을 유지하는 강도에서 운동하는 것을 말합니다. 쉽게 표현하면 옆 사람과 대화는 가능하지만 노래는 부르기 어려운 강도입니다. 이 구간에서만 우리 몸은 포도당이 아닌 지방을 주 연료로 사용합니다. 존3 이상으로 올라가면 젖산이 급격히 쌓이고 유산소 대사보다 무산소 대사가 커지면서 지방 연소 효율이 떨어집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존2에서 꾸준히 운동했더니 허벅지 근육의 미토콘드리아 밀도가 높아지는 느낌이 체력으로 실감됐습니다. 미토콘드리아(mitochondria)란 세포 안에서 에너지를 생산하는 소기관으로, 이 숫자가 많을수록 지방을 더 효율적으로 태우고 만성 염증을 줄이는 데도 기여합니다.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12-3-30 운동이 있습니다. 틱톡에서 6천만 뷰를 기록한 이 방법은 트레드밀 경사를 12도, 속도를 시속 3마일(약 5km)로 맞추고 30분 걷는 것입니다. 경사가 핵심입니다. 평지 걷기보다 훨씬 낮은 속도로도 쉽게 존2 심박수에 진입할 수 있습니다. 저는 트레드밀 대신 실내 자전거를 선택할 때가 많습니다. 넷플릭스를 켜놓고 심박수만 존2에 맞춰 페달을 밟으면, 지루함 없이 40분은 거뜬합니다. 방법론보다 꾸준함이 훨씬 강한 무기라는 걸 몸으로 배웠습니다.

요약: 존2 트레이닝은 심박수 존2 구간을 유지하는 저강도 유산소로, 지방 연소와 미토콘드리아 증가에 효과적이며 12-3-30 트레드밀 경사 걷기가 대표적인 실천법입니다.

 

엉덩이 근육과 류신 — 노화를 막는 두 가지 열쇠

우리 몸에서 가장 큰 근육은 대둔근(大臀筋), 즉 엉덩이 근육입니다. 그런데 현대인은 하루의 대부분을 앉아서 보내면서 이 근육을 거의 쓰지 않습니다. 의학계에서는 이를 '엉덩이 기억상실증(Gluteal Amnesia)'이라고 부릅니다. 이름은 우스갯소리 같지만 결과는 심각합니다. 대둔근이 약해지면 허리가 먼저 망가지고, 요양병원에서 의자에서도 혼자 일어나지 못하는 분들을 보면 대부분 엉덩이 근육이 거의 없습니다.

또 하나 간과되는 점이 있습니다. 우리가 먹은 영양소, 특히 혈당은 근육으로 흡수되어야 하는데, 엉덩이 근육이라는 큰 저장고가 없으면 혈당이 혈액에 남아 고혈당으로 이어집니다. 저도 공복혈당이 120이었을 때 하체 운동을 거의 안 하고 있었습니다. 식단만큼이나 하체 근력이 혈당 관리의 핵심이었다는 걸 나중에야 깨달았습니다.

실천 방법으로 체어 스쿼트(Chair Squat)를 권합니다. 일반 스쿼트가 위아래 동작이라면, 체어 스쿼트는 엉덩이를 앞뒤로 밀어내는 방식으로 데드리프트와 유사한 패턴입니다. 지금 앉아 계신 분도 바로 해볼 수 있습니다. 의자에서 일어날 때 엉덩이를 최대한 앞으로 밀면서 천천히 서면 됩니다. 대둔근에 힘이 들어오는 감각이 느껴지면 제대로 된 것입니다.

근육을 키우려면 운동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류신(Leucine)이라는 아미노산이 핵심입니다. 류신은 분지사슬 아미노산(BCAA, Branched-Chain Amino Acid)의 세 종류 중 하나로, 근단백질 합성을 직접 자극하는 역할을 합니다. 젊은 사람과 노인에게 동일한 운동을 시켰을 때 근성장 속도가 달랐는데, 류신을 보충하자 노인 그룹이 젊은 그룹과 동일한 수준으로 근육이 성장했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문제는 류신이 콩류에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육류, 유제품, 그리고 유청단백질(Whey Protein)에 풍부합니다. 영양제를 잘 권하지 않는 편인데, 65세 이상이라면 유청단백질만큼은 꼭 챙기라고 생각합니다.

  • 류신이 풍부한 식품: 소고기, 돼지고기, 닭가슴살, 그릭 요거트, 유청단백질
  • 콩류는 단백질 공급원으로 좋지만 류신 함량은 동물성 단백질에 비해 부족한 편
  • 65세 이상이라면 적색육을 오히려 적극적으로 섭취하는 것이 단백질 부족 예방에 중요
  • 고기는 삶지 말고 살짝 구울 것 — 삶으면 지방이 빠져 퍽퍽해지고 포화지방도 함께 날아감
요약: 엉덩이 기억상실증을 방치하면 허리 통증과 혈당 불안정으로 이어지며, 체어 스쿼트와 류신이 풍부한 단백질 섭취가 이를 막는 핵심 전략입니다.

 

초가공식품 — 육식이냐 채식이냐보다 먼저 따질 것

책을 읽다가 "떡도 초가공식품이다"라는 부분에서 잠깐 멈췄습니다. 된장도, 시판 김도 초가공식품이 될 수 있다고 하니 그러면 도대체 뭘 먹으라는 건지 혼란스러웠습니다. 그런데 기준을 이해하고 나니 오히려 단순해졌습니다.

초가공식품(Ultra-Processed Food, UPF)이란 집에서 재현할 수 없는 가공 과정을 거친 식품을 말합니다. 집에서 떡을 만들면 다음 날 굳고 상합니다. 그런데 공장 떡은 상온 선반에 몇 주를 버팁니다. 그 차이를 만드는 것이 각종 첨가물과 보존제입니다. 된장도 집에서 담그면 발효식품이지만, 공장에서 빠르게 만들어 유통기한을 늘리면 초가공식품으로 분류될 수 있습니다.

제가 이 기준을 받아들이고 나서 달라진 건 마트에서 장을 보는 방식이었습니다. 저는 이제 원재료 목록이 세 줄 이상 넘어가는 제품은 일단 내려놓습니다. 신선한 재료를 고르는 것이 육식이냐 채식이냐 논쟁보다 훨씬 먼저 따져야 할 기준입니다. 실제로 채식을 하더라도 정제 탄수화물과 첨가당이 많은 음식을 먹으면 아무 소용이 없고, 육식을 하더라도 가공육만 먹으면 마찬가지입니다.

출처: Th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Ultra-Processed Food Intake 연구에 따르면 초가공식품 섭취 비율이 높을수록 심혈관 질환 및 조기 사망 위험이 유의미하게 증가했습니다. 아보카도 하나와 치즈버거 하나의 칼로리가 같다고 해도, 그 안에 담긴 영양소 밀도와 식이섬유의 차이는 비교 자체가 어렵습니다. 칼로리를 줄이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영양가 밀도를 높이는 것이 목표여야 합니다.

요약: 초가공식품은 집에서 재현 불가능한 공정을 거친 식품이며, 육식·채식 논쟁보다 가공 여부를 먼저 따지는 것이 저속노화 식단의 출발점입니다.

 

장내미생물 다양성 — 김치와 커피가 정답인 이유

스탠퍼드대 연구팀이 건강에 가장 이로운 유익균 종류를 찾으려다 예상치 못한 결과를 얻었습니다. 탄자니아 특정 부족의 대변을 검사했더니 도시 거주자보다 장내 미생물 종류가 압도적으로 많았고, 염증 수치는 오히려 낮았습니다. 어떤 특정 균이 많은지보다 얼마나 다양한 균이 공존하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결론이었습니다.

장내미생물 다양성(Gut Microbiome Diversity)이란 장 안에 얼마나 다양한 종류의 미생물이 함께 살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다양성이 낮으면 면역 기능이 저하되고 만성 염증이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시판 유산균 제품은 체내에서 실제로 생착하는 비율이 2~5%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발효식품과 식이섬유로 채워야 합니다.

이 맥락에서 김치는 단순한 반찬이 아닙니다. 배추·무 등 채소 속 자연 균과 발효가 결합하면서 만들어지는 균의 종류가 무궁무진합니다. 영국 킹스 칼리지 런던의 팀 스펙터(Tim Spector) 교수 연구팀이 2024년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에 발표한 연구에서도(출처: Nature Medicine), 발효식품 섭취군이 프리바이오틱스(식이섬유) 섭취군보다 장내 미생물 다양성 개선에서 앞섰습니다. 발효식품의 손을 들어준 것입니다.

커피도 예상 밖이었습니다. 커피 원두 자체가 식물의 씨앗이기 때문에 수용성 식이섬유를 포함합니다. 이 섬유질을 좋아하는 루미노코쿠스(Ruminococcus) 계열 균이 활성화되면서 단쇄지방산(Short-Chain Fatty Acids, SCFA)을 생성합니다. 단쇄지방산이란 장 점막을 건강하게 유지하고 전신 염증을 줄이는 데 기여하는 대사 산물입니다. 제 경험상 이 부분은 커피를 마시는 좋은 이유를 하나 더 추가해줬습니다.

팀 스펙터 교수의 또 다른 연구에서 일주일에 30가지 이상의 식물성 식품을 먹은 그룹이 장내 미생물 다양성이 가장 높았습니다. 채소, 과일, 견과류, 콩류를 모두 포함해 30가지를 채우는 '30플랜트 챌린지'입니다. 한식의 나물 반찬 문화가 이 챌린지에 생각보다 잘 맞습니다. 저는 거기에 더해 당근이나 셀러리 스틱에 된장을 찍어 먹는 방식을 간식으로 추가했는데, 자연스럽게 식물 종류가 늘었습니다.

요약: 장내미생물 다양성은 특정 유익균보다 종류가 풍부한 것이 중요하며, 김치 같은 발효식품과 커피, 주 30가지 이상 식물성 식품 섭취가 다양성을 높이는 핵심 전략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존2 트레이닝을 하려면 꼭 트레드밀이 있어야 하나요?

A.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심박수가 최대치의 60~70% 수준을 유지한다면 실내 자전거, 빠른 평지 걷기, 언덕 오르기 모두 존2 운동이 됩니다. 스마트워치로 심박수를 확인하면서 그 구간을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고, 저는 집 근처 경사진 길을 활용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었습니다.

 

Q. 65세 이전에도 적색육을 먹어도 되나요?

A. 콜레스테롤 수치가 정상 범위이고 심혈관 위험 인자가 없다면, 적색육 자체를 피할 이유는 크지 않다고 봅니다. 문제는 적색육이냐가 아니라 가공육이냐, 직화로 탄 부분까지 많이 먹느냐입니다. 후라이팬에 살짝 구워 먹는 방식이라면 자주 먹어도 무방하다는 것이 제가 지금까지 공부한 결론입니다.

 

Q. 시판 김치도 장내미생물 다양성에 효과가 있나요?

A. 시판 김치도 발효가 진행 중인 제품이라면 효과가 없지는 않습니다. 다만 공장 김치 중에는 발효를 최소화하고 첨가물로 맛을 낸 것도 있습니다. 원재료 목록이 단순하고 냉장 보관 제품이라면 그나마 낫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만, 직접 담근 김치나 시어진 묵은 김치 쪽이 균 다양성 측면에서 더 유리합니다.

 

Q. 유청단백질은 어떤 제품을 골라야 하나요?

A. 원재료가 단순한 것을 기준으로 고르는 것이 좋습니다. 유청단백질 농축물 또는 분리유청단백질(WPI)이 주성분이고 인공 감미료와 첨가물이 적은 제품을 선택하는 것을 권합니다. 65세 이상이라면 식사로 류신을 충분히 채우기 어렵기 때문에 제품을 까다롭게 고르더라도 꼭 챙기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결론

저속노화라는 개념이 처음에는 거창하게 들렸습니다. 그런데 결국 남는 것은 단순합니다. 심박수 존2를 유지하며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엉덩이 근육이 살아 있도록 매일 체어 스쿼트 몇 번을 하고, 마트에서 원재료가 단순한 것을 고르고, 김치와 커피를 꾸준히 챙기는 것. 혈당 120에 고지혈증이었던 제가 약 없이 혈관 정밀 검사를 통과한 건 이 단순한 것들이 쌓인 결과였습니다.

카니보어냐 채식이냐, 옥살산을 완전히 피해야 하냐, 포화지방은 얼마나 먹어야 하냐처럼 이분법적인 논쟁에 에너지를 쏟기보다는 초가공식품을 줄이고 신선한 재료를 늘리는 방향을 잡으면 나머지 디테일은 자기 몸에 맞게 조정해 나갈 수 있습니다. 정제 탄수화물을 디저트 보듯 하고, 고기는 살짝 구워 먹고, 일주일에 30가지 식물성 식품을 채우려는 작은 도전이 노화의 속도를 실제로 늦춘다고 제 몸으로 확인하고 있습니다.

참고: https://youtu.be/7mn_AXA_cA4?si=5FfVvLw6QFnOeq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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